北, 폐연료봉 재처리 시작

북미 양자대화 압박 의도인 듯
정부 "예상됐던 수순" 신중
美, 비핵화·내와 재개 촉구

북한이 로켓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움직임에 폐연료봉 재처리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 들며 벼랑 끝 전술로 맞섰다.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이 충분히 예상됐던 수순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 의무와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지난 5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대북 제재를 놓고 북한과 국제사회의 기 싸움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5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영변 핵시설에서) 나온 폐연료봉들을 재처리하는 작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 같은 발표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와 단천상업은행ㆍ조선령봉종합회사 등 북한 기업 세 곳을 대북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직후 나왔다. 이들 3개 북한 기업은 2006년 북한 미사일 실험 이후 일본의 금융제재 대상에 올랐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26일 "북한의 조치가 한 단계 더 나간 것이지만 예상됐던 만큼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신중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2007년 '10ㆍ3합의'에 따라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약속한 후 지금까지 11개 불능화 조치 가운데 5MW 원자로, 재처리시설 불능화 등 8개 조치를 끝냈으며 전체 8,000여개 폐연료봉 가운데 6,500여개를 원자로에서 인출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본격적으로 재가동하는 데는 적어도 수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를 시작으로 영변 핵시설 재가동, 제2차 핵실험 등 핵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6자회담 불참 선언에 이어 핵무기 제조 카드로 북미 간의 양자대화를 더욱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25일 이라크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은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함께 북한이 자신들이 맡은 의무로 되돌아오도록 계속 압박할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 의무와 관련한 대화를 북한과 재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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