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공격/세계는 경제전쟁] “비협조국 지원축소” “美상품 불매운동”

이라크 바그다드에선 미 공군기의 공습이 전개되고, 바스라에선 이라크군이 완강하게 저항하는 시기에 전세계에 또 다른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다름 아닌 경제 전쟁이다.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세계가 첨예하게 분열된 가운데 미국을 지지하는 나라와 이에 반대하는 나라 사이에 경제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25일 미국에 불리한 화면을 내보낸 아랍 최대 방송인 알자지라 방송에 대해 시황방송을 하는 것을 금지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지난 5년 동안 NYSE에서 시황을 중계했는데, NYSE측은 장소가 좁다는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 미국 언론들은 알자지라가 최근 미군 포로 인터뷰 내용을 방영했으며, 오사마 빈라덴의 녹음 테이프를 보내는 등 미국에 불리한 방송을 한 것이 불허의 이유라고 해석했다. 나스닥도 NYSE에 이어 알자지라에 대해 시설 이용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또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이날 이라크 전쟁 수행을 위해 747억 달러의 추가경정예산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이라크전에 협조한 나라에 대규모 경제지원을 하며, 그렇지 않은 나라에 지원 규모를 줄였다. 부시 행정부는 전쟁에 협력한 ▲이집트에 23억 달러 ▲요르단 10억 달러 ▲이스라엘 10억 달러등을 지원하며, 터키에 대해서는 협조 여부에 따라 10억~85억 달러를 배정했다. 미국은 터키가 미 지상군 주둔을 허용할 경우 300억 달러를 지원키로 했으나, 터키 의회가 두번이나 법안을 부결하는 바람에 지원 규모를 대폭 삭감했다. 한편 터키에선 미 지상군 주둔을 불허하면서 미국의 지원을 기대했던 서방 자본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주가는 지난 2월대비 25% 폭락하고, 국채 가격은 지난주에 무려 19%나 폭락했다. 미국계를 포함한 서방 자본은 지난해 11월 정의개발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미국에 협조할 것으로 기대, 20억 달러 이상의 자본을 터키에 투자했다가 터키가 이를 거부하자 대거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외교전을 벌였던 미국과 유럽의 맹주인 프랑스ㆍ독일에서는 상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의회 지도자들은 전쟁 이전에 프랑스산 포도주와 생수 아비앙의 위생 문제를 제기하며, 수입제한을 주장한 바 있다. 부시 행정부는 수입 규제를 위한 구체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지만,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폴스바겐 자동차, 루비통 등에 대해 미국내 수출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단행된 이후 미국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 맥도널드ㆍ코카콜라ㆍ스타벅스ㆍ던킨 도너츠ㆍ갭ㆍ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대표적 상품과 헐리웃 영화에 대한 거부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독일의 식당에서는 손님이 코카콜라를 주문하면 종업원이 “현재의 정치 상황으로 팔 수 없다”고 대답한다. 미국 다국적 기업의 상징인 맥도널드는 세계적인 불매운동에 직면해 있으며, 버거킹도 마찬가지다. 한편 프랑스 의회는 무디스와 S&P등 미국 신용평가기관들이 비방디ㆍ프랑스 텔레콤등 자국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자, 해외신용평가기관의 평가를 판단하는 기구를 만드는 법안의 제정을 추진중이다. 아울러 프랑스 정부는 미국 신용평가회사에 대해 제한을 둘 것을 선진7개국(G7)에 제기할 방침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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