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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창업 이후 3대에 걸쳐 내려온 LG그룹 구(具)씨 일가와 GS그룹 허(許)씨 일가의 끈끈한 동업자정신이 계열분리 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LG와 GS그룹으로 나눠진 뒤에도 10년 가까이 정기적 만남을 지속하며 사업 협력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달 초 미국 현지에서 허창수 GS그룹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과 함께 부부동반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을 위해 구 회장과 허창수ㆍ허동수 회장 측은 미국 출장 일정까지 함께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미국 현지에서 만나 오랜 친목을 다지는 한편 각종 사업현안에 대한 의견들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구 회장은 허동수 회장과 LG그룹 전용기를 함께 타고 귀국할 정도로 돈독한 사이임을 과시했다.

구씨 일가와 허씨 일가는 지난 2004년 GS그룹이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후에도 매년 여름과 겨울마다 어김없이 정례적인 회동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 모임 역시 매년 두 차례씩 열리는 정기적인 만남의 일환인 셈이다.

이 모임에는 LG그룹과 GS그룹 오너 외에도 구씨 가문의 또 다른 계열인 LS그룹 총수들도 이따금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자연스레 신규사업 진출 시 사업 영역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전협의를 비롯, 다양한 사업협력 방안이 오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이들의 만남은 그룹 내 극소수 인사들을 제외하곤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주로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모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LG그룹과 GS그룹이 계열분리 후에도 큰 마찰 없이 원만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오는 것도 각 그룹 총수들 간의 정기적인 모임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1947년 구인회 창업주와 만석꾼 허만정씨의 인연으로 시작된 구씨와 허씨 일가의 동업자 관계는 2세대인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과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을 거쳐 3세대인 구 회장과 허창수 회장으로 60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다. 지난해 구 명예회장의 88세 미수연 행사에는 허창수 회장과 허동수 회장도 함께 참석해 돈독한 우의를 자랑하기도 했다.

특히 2004년 GS그룹이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뒤에도 두 그룹은 오랜 동업자정신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사업 영역에는 진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며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두 집안이 60년이 넘도록 별다른 불협화음 없이 동업자 관계를 유지해온 것은 국제 경영학계에서도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두 가문의 인화정신에 대해 최종태 서울대 교수는 한국경영사학회 연구총서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고의적 잘못을 해도 정으로 감싸는 어정쩡한 가족주의나 온정주의가 아니라 서로 합의한 원칙을 존중하고 최선을 다해 지킨다는 엄정한 책임의식이 전제돼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같은 형제끼리도 분쟁이 벌어지는 재벌가에서 서로 다른 두 집안이 60년 넘게 끈끈한 동업관계를 이어오는 것은 정말 보기 힘든 일"이라며 "LG와 GS가 계열분리 이후에도 큰 마찰을 빚지 않는 것은 정례화된 양가 모임을 통한 사전협의로 사업중복을 피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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