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다시 뛰는 대한민국] 환경규제 융통성 있게 공공조달품 국산 먼저

■ 주요국 기업살리기 어떻게
기업살리기 나선 각국 정부


미국은 공공기관이 물품을 구매할 때는 국산 원자재나 제조품을 먼저 고르도록 규정했다. 브라질도 정부 조달물품 중 국산에는 더 높은 이익률을 적용해 업체들을 지원한다. 무역장벽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계속되는 것이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 환경 규제도 융통성 있게 적용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환경 악영향을 이유로 셰일가스 개발에 부정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채굴을 허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분위기다.

일부 국가는 특정 산업을 살리기로 마음먹었다면 자금지원부터 세제혜택까지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다. 중국은 오는 2030년 반도체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고 영국은 로봇산업 육성에 나섰다.

세계 경제의 침체 국면이 길어지면서 각국 정부는 자국 산업과 기업 살리기에 모든 힘을 다하고 있다. 세계 경기가 되살아나기를 기다리는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기업 지원책을 적극 펼침으로써 산업 기반을 탄탄하게 하고 경제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정부 지원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국산품 사용 의무화 제도다. 국산 부품과 재료의 최소 사용 기준을 정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지난 2009년 의회를 통과한 경기부양법안을 통해 공공사업에서의 미국산 의무화를 명시했고 도로나 다리 같은 인프라 건설 시 미국산 철강만 쓰도록 했다. 인도네시아는 석유·가스 프로젝트의 자국 제품·서비스 의무 기준을 현행 35%에서 최대 90%까지 단계적으로 올릴 예정이다. 이밖에 러시아와 멕시코 등 30여개 나라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경 규제 완화가 추진되는 점도 눈에 띈다. 영국은 셰일가스 개발을 위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 등도 관련법 개정에 나섰다. 호주는 목재업을 살린다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태즈메이니아 산림지대 일부 지역의 지정 취소까지 추진했다.

특정 산업을 키우기 위한 총력전도 벌어지고 있다.

2000년부터 반도체 산업 육성을 시작한 중국은 대기업·금융기관·사회자금이 출자한 '국가 산업 투자기금'을 설립해 지원하고 있으며 금융과 세제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과 관련된 기업 소득세와 증치세(부가가치세), 영업세 등 세제를 개선해 업체 대형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또 영국은 산업경쟁력 강화와 고용창출을 위해 로봇산업에 앞으로 1억5,000만파운드를 투입할 계획이다. 로봇을 핵심 기술 산업으로 발전시킨다는 방침 아래 산업계와 학계·정부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재정과 행정 지원을 펼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철강업을 살리기 위해 연구개발(R&D)과 친환경 기술 지원을 펼치는 한편 국가 간 통상문제에도 깊숙하게 관여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오랜 경기침체로 각국에서는 기업 살리기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며 "경제 회복의 출발점은 기업인 만큼 규제 합리화와 지원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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