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신용대출시장의 양극화

고리대금업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난의 대상이다. 소설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샤일록이나 ‘죄와 벌’에 나오는 전당포 노파 역시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다. 그렇다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왜 사람들이 그렇게 높은 금리를 주면서 돈을 빌리고 고리대금업자는 왜 비난을 감수하면서 높은 이자를 요구하는 것일까. 대출받는 사람은 ‘돈이 필요하지만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없기 때문’이고 대출해주는 사람은 ‘손해를 보지 않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일 게다. 대부업체들이 사상 최대의 순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2,700억원이 넘는 이익을 챙겼고 순익이 늘어난 만큼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대부업체들이 큰 이익을 낸 건 수익은 늘고 손실은 줄었기 때문이다. 대출수요가 급증해 이자수입이 불어난 상황에서 과거 60%를 넘나들던 연체율이 지난해에는 15%, 최근에는 11%대 수준으로 하락해 손실이 크게 줄었다. 연체율이 손익분기점인 20%를 밑돈다는 것은 대부업체가 못 받고 떼인 돈이 크게 줄었다는 의미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자신의 신용도보다 비싼 대가를 지불하면서 돈을 빌리고 있다는 뜻이다. 고객들이 자신의 신용도보다 비싼 상품을 찾는 이유는 다양한 신용도에 맞는 대출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저축은행ㆍ할부사 등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수익을 늘리기 위해 ‘신용도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위한 상품만 팔면서 중간 수준의 신용도를 가진 고객들을 ‘나쁜 사람’ 쪽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 10월 대부업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저축은행과 할부사들은 각종 수수료를 붙여 60%가 넘는 이자를 받았고 법 개정 후에도 대부업체와 비슷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서민금융 활성화’의 성패는 고금리 대출을 양적으로 늘리는 것보다 양극화된 신용대출시장을 세분화해 얼마나 다양한 상품을 갖춰놓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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