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증가 속도보다 주가 상승이 빨랐다

시총 상위주 PER 작년보다 크게 늘어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의 최근 일년간 주가상승률이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개별종목의 주가를 EPS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1년 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이는 지난해 이후 국내 증시가 만성적인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나 ‘리레이팅(재평가)’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됐다는 것을 뜻하지만 추가 상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익증가 속도보다 주가상승 빨랐다= 지난달 말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주요 12월 결산법인들의 주당순이익(EPS)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 LG필립스LCD, LG전자, S-Oil 등의 EPS가 전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중 LG필립스LCD의 EPS가 5,420원에서 1,523원으로 무려 71% 줄었으며 LG전자(54%), S-Oil(49%), KT(41%) 등도 크게 감소했다. 삼성전자도 6만7,899원에서 4만4,907원으로 33% 줄었다. 반면 기업들의 PER은 크게 증가했다. 이는 PER을 계산할 때 분모가 되는 EPS가 감소한데다 분자인 주가가 상승한데 따른 것으로, 기업들의 이익증가에 비해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의 지난 10일 종가는 64만2,000원으로 지난해 EPS를 적용했을 때 PER은 14.3배에 달한 반면 지난해 4월25일 종가 47만4,500원에 2004년 EPS를 적용한 PER은 7배에 불과했다. 1년 사이에 PER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기업들의 주가는 단순히 이익 모멘텀을 따라 움직이는 구도였다면 지난해부터는 국내 주식을 평가하는 기준이 해외 증시와의 비교하는 구도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익 급증한 은행주는 오히려 PER 감소= 반면 사상 최대이익을 올렸던 은행주들은 EPS가 크게 늘어나면서 주가상승 속도를 앞질렀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은 PER이 전년보다도 낮은 상황이 연출됐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EPS는 6,695원으로 전년의 1,812원에 비해 무려 269.5% 급증했다. 주가 역시 작년 4만4,950원에서 8만3,600원까지 늘어났지만, 주가상승률이 이익증가분을 따라가지 못해 PER은 24.8배에서 12.49배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외환은행 역시 EPS는 783원에서 2,992원으로 282% 늘어났지만 PER은 10.9배에서 4.13배로 줄었다. . 그러나 우리금융지주는 EPS가 26.55% 늘어난 가운데 PER는 5.8배에서 10배로 73.2% 높아졌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기업들의 PER이 증가했다는 것은 이익개선 속도에 비해 주가가 빠르게 올랐다는 것으로 앞으로의 주가 상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진통을 거치고 나면 국내 증시의 재평가가 다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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