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바둑 영웅전] 바로 쳐들어가다

제7보(101∼114)



흑1은 후수지만 이렇게 지켜두는 것이 정수일 것이다. 이것으로 좌하귀 방면은 흑의 확정지가 되었다. 무려 45집에 해당하는 실리가 완성된 것이다. 좌상귀에도 10집이 있고 우상귀에도 10집이 있다. 집으로는 흑이 월등히 앞섰다. 백은 상변과 중원을 통째로 다 차지해야 계가가 될 것이다. 백2는 이곳에서부터 중원키우기의 시동을 걸겠다는 작전인데 이세돌은 그곳을 외면하고 흑3으로 전개했다. 이 수가 놓이자 우하귀에도 10집 이상의 실리가 붙었다. 창하오는 백6으로 대평원에 울타리를 쳤다. "일단은 그런 식으로 가보는 도리밖에 없어요."(윤현석) 부분적으로는 참고도1의 백1로 지키는 것이 정수겠지만 흑이 2로 움직이면 상변이 그대로 지워질 것이 뻔하다. 말하자면 백6은 일종의 선언이다. 상변에 침입하면 모두 섬멸하겠다는 선언. 하지만 이세돌은 지체없이 흑7로 쳐들어갔다. 마치 야유라도 하는 것처럼 깊숙하게 들어간 것이다. "승부가 단순하게 됐습니다. 흑이 살면 흑의 대승, 잡히면 아무래도 백승이 되겠지요."(김만수) "살 확률은?"(필자) "8할, 또는 그 이상입니다."(김만수) "에이구, 가련한 창하오."(필자) 흑13으로 모양을 갖춘 것은 빈틈없는 수순이다. 이 수로 참고도2의 흑2 이하 6의 절단을 서두르면 백7 이하 11로 끊겨 백이 곤란하게 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