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정부가 자국 내 최대 정유회사이자 스페인 에너지 기업 렙솔의 자회사인 YPF의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에 대해 렙솔과 스페인은 물론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일간 클라린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YPF의 주식 50.01%를 정부 소유로 전환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보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렙솔의 아르헨티나 측 사업 파트너인 에스케나지 일가가 보유한 YPF 지분 25.46% 전부와 렙솔 지분 57.43% 중 일부를 인수해 YPF를 국유화하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YPF는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 정부 시절인 1993년에 민영화돼 1999년 렙솔에 인수된 회사다. 현재 연간 150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리며 직간접적으로 2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아르헨티나의 보호무역 행보는 올 들어 눈에 띄게 가속도를 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에도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의 투자가 미진하다면서 이들의 유전 개발권을 환수한 바 있다. 추부트ㆍ산타크루스ㆍ멘도사 주(州)정부는 YPF의 4개 유전 개발권을 환수했고 네우켄 주정부는 브라질 국영 에너지 회사 페트로브라스 등 3개 다국적 기업의 유전 개발권을 취소했다.
2월부터는 수입사전허가제도를 전면 시행한 데 이어 국세청을 통해 수입 물량ㆍ금액에 대한 감시 감독을 대폭 강화했다.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가 전년 대비 11% 감소한 103억4,7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무역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으며, 특히 에너지 수입이 급증해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입장벽을 높이고 자본의 국외유출을 막는 등의 잇단 보호무역조치에 이어 민영화된 기업의 국유화 방침까지 전해지자 무역 상대국들은 아르헨티나에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당장 YPF의 국유화 추진과 관련해 렙솔은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으며 스페인 정부는 아르헨티나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될 것"이라고 외교적 압박을 가하며 국유화 계획을 철회시키려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이 아르헨티나의 국제채권국그룹인 파리클럽을 통한 부채상환 압력을 가하는 한편 더 나아가 아르헨티나를 주요20개국(G20)에서 퇴출시키는 방안 등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회원국, 멕시코 등 40개국도 지난달 30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아르헨티나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비난이 거세지자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일단 주정부의 반대와 법적 문제를 이유로 YPF의 국유화 계획을 미루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유화 방침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FT는 전했다. 렙솔 전 이사회 관계자는 "아르헨티나에서 여러 형태의 국유화가 진행될 것이 분명해 보이며 렙솔은 YPF의 국유화에 따른 보상을 거의 받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