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 교사 '순직' 아니라는 정부 '공무상 사망' 인정도 불투명 … "법령 지나치게 좁게 해석" 지적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세월호가 지난 16일 침몰할 당시 전남도 어업지도선 201호에 딸린 단정에 타고 있던 항해사 박승기(44)씨가 승객들을 구조하면서 헬멧에 부착된 카메라로 촬영해 29일 공개한 동영상의 한 장면. 왼쪽으로 완전히 기운 세월호 선체 난간에 간신히 매달린 승객, 바다에 빠져 구명조끼에 의지해 머리만 내놓은 승객 등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몇 분 뒤 세월호는 선수만 남기고 침몰했다. 전남도 어업지도선 제공
지난달 16일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서 제자들과 고군분투하다 숨졌거나 실종된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교사들 대부분이 '순직자' 또는 '의사자' 예우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보상의 가장 기초적인 '공무상 사망'조차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계약직의 일종인 '기간제 교사' '비담임 교사'라는 신분·직무상 제약에다 증언과 증거가 불충분하고 전례도 없어 법률상 예우가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사망 또는 실종 교원은 자살한 교감을 포함해 12명이며 이 중 기간제 교사가 2명, 비담임 교사는 4명이다. 하지만 관련 법령이 너무 경직적인데다 당국 역시 법령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재정·교육·복지·보훈당국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정부는 세월호 사고 희생 교사 가운데 기간제 교사들에 대해서는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순직자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나머지 정규직 교사들에 대해서도 순직 인정이 쉽지 않아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
안전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순직으로 인정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신분이 공무원이어야 하는데 기간제 교사들은 공무원이 아니어서 애초부터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규직 교사라고 해도 순직자로 분류하기 힘들다"며 "현행법상 순직 제도는 경찰·소방공무원처럼 위험직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공무원들을 위한 것이어서 교원에게는 적용한 사례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국민의 의로운 죽음을 기리고 보상할 수 있는 방법에는 △공무상 사망 인정 △순직 처리 △국가유공자 지정 △의사자 지정 등 네 가지가 있지만 희생 교사들은 적용 법규가 없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우선 공무상 사망의 경우 담임 교사가 아닌 교원은 지정 여부가 불확실하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 관계자는 "단원고 교사들이 수학여행 중 사고를 당한 것인데 담임 교사라면 공무인 출장으로 인정할 수 있지만 비담임 교사라면 반드시 따라갔어야 하느냐는 부분이 심의과정에서 문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순직 처리가 안 되면 자연히 국가유공자 지정도 불가능하다.
의사자 제도에 대해서도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실종되거나 사망한 교사 상당수가 구조행위를 하다 사망했다고 증언해줄 승객들도 함께 죽어 의사자로 심사할 증언·증거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