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같은 남녀의 비극적 운명과 사랑

[새영화] 백야행


영화는 감정의 정점에서 출발한다. 남자는 어두 컴컴한 방에서 다른 사람의 목숨을 끊고, 여자는 밝은 침대에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있다. 14년 전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평생을 어둠 속에서 그림자로 살아야 했던 남자 요한(고수)과 태양아래를 걷지만 그림자 없이는 살 수 없는 여자 미호(손예진), 영화는 "왜 이들이 이렇게 살아야 했는가"라는 물음을 가지고 2시간 15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달려간다. 일본에서 드라마화된 영화의 원작은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이다. 한 번 지은 죄를 덮기 위해 계속된 죄를 쌓아가는 데 대한 죄책감과 고뇌가 서려있는 원작과 다르게 영화는 '사랑'이라는 면죄부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원작에 없는 형사 동수(한석규)의 사연과 미호를 뒤쫓는 비서의 감정 등 너무 많은 이야기가 얽히면서 초점이 흐려져 극이 혼란스러워졌다. 또, 앞뒤 설명 없는 소설 속 대사가 영화 속에서 구현돼 다소 어색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훌쩍이는 관객들이 있는 건 탄탄한 원작에서 비롯된 이야기의 토대와 그를 놓지 않고 설득력 있게 연기했던 배우들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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