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이 베이징올림픽에 발이 묶였다. 아시아 최대 현물시장인 중국이 올림픽을 안전하게 치르기 위해 통관절차를 까다롭게 하자 현물 값이 떨어지고 이에 영향을 받아 고정거래가까지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여파가 3ㆍ4분기 내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주력 제품인 1기가 DDR2 제품의 경우 현물시장에서 지난달 초 개당 2.1달러에 거래되던 것이 이날 현재 1.87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초에 비해 11%나 빠진 것이다. 현물가격이 이처럼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아시아 현물시장 거래의 40%에 이르는 중국시장용 공급루트가 막힌 탓이다. 반도체 현물은 홍콩과 선전 암시장을 통해 유입되는 물량이 상당한데 중국 당국이 테러 등에 대비해 검색을 강화하면서 통관이 까다로워진 것. 자연스럽게 현물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 하락을 촉발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고정거래가격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D램 업체들이 PC 업체들과 가진 지난달 하순 협상에서 가격을 조금이나마 올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PC 업체들이 글로벌 경기침체와 현물 값 하락 현상을 이유로 반발하면서 결국 보합으로 끝냈다. 특히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한자릿수 선에서 내리고 말아 지난 4월 이후의 약세 국면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고정거래가가 1기가 기준으로 2.37달러에 이르는 반면 현물가는 1.87달러에 불과해 0.5달러나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고정거래가를 또 올리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PC 업체들의 주장이었고, 반도체 업체들도 이에 맞설 논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물가 하락 현상이 8월 상순 고정거래가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물가 약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8월 상순 고정거래가도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베이징올림픽이 끝나야 시장이 조금 나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