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조조정 완결이 최우선과제

이충식 동원경제연구소 동향분석실장최근 생산·출하·기계수주 등 실물경기지표의 전반적인 호전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재고도 96년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재고조정이 거의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경기실사지수가 100을 넘어선데 이어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4개월 연속 상승했고 경기선행지수도 지난해 7월이후 6개월동안 상승세를 기록해 향후 경기전망에 청신호를 던져주고 있다. 98년 3·4분기중 이미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경제는 빠르면 올해 1·4분기부터는 플러스 성장기조로 돌아서 연간으로는 2%대를 웃도는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처럼 경기가 회복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실업증가와 실질소득 감소, 미래 불확실성, 구조조정 진행, 신용경색 등으로 소비·투자 등 본격적인 내수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간 시차가 벌어지면서 경기회복 조짐이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호황업종과 불황업종의 명암이 더욱 선명하게 갈리고 소비도 계층별·가격대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 지고 있다. 또 경기회복 조짐이 실물적 요인이 아니라 주로 가격변수의 호전에 힘입은데다 전년동기와 비교한 지표의 단순개선 효과, 반도체 등 일부 특정산업의 고성장 반영이라는 통계적 한계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구조조정으로 불가피하게 발생되는 실업·노사문제가 금년 경제의 가장 큰 복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반기중 200만명을 넘어설 실업자와 이로인해 파생되는 경제·사회적 불안충격을 적절히 수습해 과연 실업문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심각한 도전과 위험요인이 남아있는 우리경제의 실체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아직 낙관적 자만은 시기상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우리는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아직 완결짓지 못했다. 지난해 금융개혁은 금융기관간 통폐합을 통해 부실을 털어내고 군살을 빼는 등 하드웨어를 바꾸는 데 주력했다. 올해는 선진금융기법 도입, 금융정보화, 여신심사 및 위험관리능력배양 등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실질적인 구조조정 작업이 남아 있다. 기업 부문도 마찬가지다. 5대그룹을 중심으로 빅딜의 마무리, 과잉생산설비 축소, 과다한 부채정리 등 본질적인 과제들이 남아 있다. 결국 구조조정은 지금부터요, 여전히 어려운 시기가 가로놓여 있다는 얘기다. 위기의 덫에서 완전히 벗어나는데 걸리는 시간은 정책적 대응이나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큰 차이가 있겠으나 미국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데 10년이 소요되었다는 사실과 구조조정의 기회를 놓친 일본이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 최근 우리에게 불어닥친 「신3저」의 호기를 잘 활용해 그동안 위축됐던 경기를 활성화시키자는 경기부양론이 자칫 구조조정의 성과마저 무너뜨릴 역효과를 유발할까 우려된다. 구조조정을 통한 자체체력의 강화가 아닌 외생변수의 호전에 의존한 경기회복은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경제는 외부상황의 급변에 대한 대응능력이 매우 부족하다. 경기부양의 노력중에 대외여건이 돌변할 경우 그동안의 구조조정 성과가 무산됨은 물론 상황이 더욱 악화돼 고실업·저성장의 장기불황이 우리경제의 미래가 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셋째 정치논리와 경제논리의 뒤틀림에서부터 집단 이기주의와 지역갈등, 빅딜 ·구조개혁에 따른 실업증대 및 근로자의 저항, 인위적 금리인하로 인한 거품형성과 구조조정 지연 우려, 경기진작이 경상수지 흑자축소로 연계되고 투명성 강조가 구조조정의 제약으로 작용하는 모순 등 상충되는 정책변수를 조화시키는 것도 현안과제다. 법·제도·정책의 우선순위가 뒤엉키면서 원칙과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앞날을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최근 국제신용평가기관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상향조정하고 있어 경제상황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의 구조개혁노력이 마침내 대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와 신뢰를 받게 됐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국이 이번에 부여받게될 등급은 투자적격의 제일 낮은 단계로 IMF 이전의 신용도를 회복하려면 아직도 6단계를 끌어올려야 한다. 월가의 상업은행들은 여전히 크레디트라인(신용공여)을 정상화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피치 IBCA와 S&P의 유보적 사안 즉, 아직도 많은 세계 경제의 위험요소로 인한 한국경제의 회복지연 가능성과 우리경제에 계속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기업부채와 금융부실 문제, 정치불안 상존, 평화적 노사관계 정착의 진통 등 구조적 문제들에 주목해야 한다. 더욱이 러시아의 선택적 디폴트에 이어 미국 증시의 거품경고와 브라질사태, 중국 위안화평가 절하가능성 등 불투명한 대외변수는 외부의존형 체질인 우리경제의 시계를 더욱 흐리게 하고 있다. 한마디로 금융지표와 외환시장의 표피적인 안정만을 이유로 구조개혁의 속도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올해에도 우리경제정책의 화두는 여전히 구조조정이 되어야 한다. 섣부른 경기부양보다는 내실있는 구조조정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이 21세기의 경제도약을 위한 선결과제인 것이다. 강력한 구조조정·개혁작업 촉진 등을 통해 확실하게 경제소생의 실마리를 잡는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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