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2 '중동 붐' 열려면 후속조치 만전 기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9일 귀국한다. 이번 순방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경제협력 방안이 구체화됐다. 더욱이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침체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우리의 경쟁력이 무엇이고 활로의 한 축이 어디인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장 눈에 띄는 결실이라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가 처음으로 중동 수출길을 뚫었다는 점이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맺은 '한·사우디 스마트 파트너십 및 공동 인력양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는 시범 원자로를 건설하기 전 필요한 상세설계를 위한 양국의 공동 투자 등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어 수출계약까지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 중동국들은 석유가 고갈되는 포스트오일 시대에 대비해 원전 도입에 적극적이다. 사우디만 해도 자국 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2040년까지 원전 비중을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지역에서 스마트 기술이 인정받을 경우 과거 중동 건설 붐에 이은 원전 붐을 기대할 만하다.

중동 각국들과의 협력 범위를 보건의료·정보통신기술(ICT) 등 신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넓혀간 점도 돋보인다. 특히 쿠웨이트에서는 양국 정상이 보건의료 협력 MOU를 체결해 환자송출, 의료진 연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쿠웨이트는 연간 3,000여명의 환자(5억달러)를 해외에 송출하지만 우리의 점유율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1973년에 발생한 오일쇼크로 부도 위기에 내몰린 한국 경제를 살려낸 것은 중동 건설 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건설에만 머물지 않는다. 원전에 보건의료와 ICT 등 첨단기술력이 더해졌다. 새로운 성장의 신화를 쓸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이번 순방이 순방으로만 끝나지 않고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각종 진출규제를 제거하고 범정부적 지원체제로 바꿔나가야 한다. 제2의 중동 붐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파트너국들과 윈윈할 수 있는 전략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