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백악관은 지난 1961년 ‘브리핑룸의 전설’ 헬렌 토머스 전 UPI기자가 금녀의 벽을 깨지 전까지 여기자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출입이 허용된 후에도 1년간 여기자들은 백악관이 기자들을 위해 여는 연말 만찬 자리에 참석할 수 없었고 브리핑에서 질문 기회도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53년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올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모든 질문을 여기자들에게서만 받았다. 기자회견 내내 8번의 질문을 받으면서 남성 기자들에게는 단 한 번도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7번의 공식 질문 외에 8번째 추가 질의에서 앞줄에 앉은 한 남 기자가 “내년에도 담배를 계속 피울 생각인가요”라고 소리쳤지만 오바마는 들은 채 하지 않고 아메리칸 어번 라디오(American Urban Radio)의 여기자에게 기회를 주기도 했다.
푸대접을 받은 것은 남성 기자들만이 아니었다. 이날은 방송 기자도 대통령에게 말을 걸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브리핑을 마친 후 “대변인이 오늘 나에게 ‘버릇없이 군(naughty) 이들’과 ‘훌륭한(nice) 이들’의 명단을 넘겨줬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파격을 두고 ABC방송은 “(이번 기자회견은)백악관에 역사적인 일로 남을 것”이라며 “(오바마)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오직 여성에게만 질문을 받은 최초의 인물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자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한 백악관 출입 여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조지 부시 대통령은 43번의 기자회견 중 여성들에 질문 기회를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엔)모두가 여기자였다. 와우”라고 환호성을 터트렸다.
반면 단 한 번도 말을 꺼내지 못한 남성 기자들은 “여기자들이 수 십 년 동안 당했던 일을 실제로 겪고 보니 불평을 할 수가 없더라”며 “(이번 기자회견처럼 앞으로)남성들에게 영원히 질문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아니었으면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