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기금이 의결권 행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단순 투자 목적의 주주가치 제고 차원을 넘어 회사 경영에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도 확실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열렸던 KT&G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 추가 관련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KT&G가 “향후 불확실한 기업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가치 창출기반 강화가 필요할 때를 대비하고자 한다”며 36개의 신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자 제동을 걸었다. 국민연금 측은 “무분별한 사업다각화는 오히려 기업 가치를 훼손해 주주가치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국민연금이 주주 가치 감소라는 이유를 들어 회사 경영에 관련된 사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사례는 드물다.
국민연금이 지난 13일 현대제철의 정관 변경 사안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것도 회사 경영권과 관련돼 있다. 현대제철은 이번 주총을 통해 전환우선주의 전환시점을 이사회 결의 사항으로 변경하는 안을 내놨다. 국민연금은 이에 대해 “경영권 방어 수단에 이용될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1ㆍ2대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한단정보통신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이날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오는 27일 열리는 한단정보통신 주총에 앞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열기로 결정하고 한단정보의 경영권 관련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한단정보통신 지분은 6.55%로 국민연금의 결정에 따라 1대주주(아크투자자문ㆍ18.15%)와 2대주주(현 경영진ㆍ15.79%) 간 경영권 판도가 바뀔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