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3년숙원 'WTO가입' 초읽기

WTO에 가입하기 위해선 아직 유럽연합(EU) 등 다른 주요국가와의 협상이 남아있지만 최대 걸림돌로 예상됐던 미국과의 협상이 급진전, 곧 타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특히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13일 베이징(北京)에서 샬린 바셰프스키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예정에 없던 회담을 가진 것은 연내 반드시 WTO에 가입하겠다는 중국측의 의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소식통들은 바셰프스키 대표와 스광성(石廣生) 중국 대외무역경제합작부 부장간에 진행된 3일간의 협상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朱총리가 막판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직접 협상테이블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초읽기에 들어간 미·중 협상 타결=朱총리와 바셰프스키 대표와의 회담 결과가 아직 발표되진 않았으나 바셰프스키 대표는 회담후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혀 진통이 거듭되던 협상이 급진전되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는 바셰프스키 대표가 전날 스광성 부장과의 협상후 『진전된 내용이 하나도 없으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어서 교착상태에 빠졌던 협상이 급반전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 미국과 중국이 협상일정을 당초 10~11일에서 13일까지 이틀이나 연장하며 협상을 벌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이번에 반드시 타결하겠다는 양측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및 홍콩언론들은 이와관련, 『중국의 WTO가입을 위한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朱총리의 막판가세로 타결이 임박해지고 있으며, 곧 중국정부의 중대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막판까지 양측이 대립한 부분은 섬유쿼터와 통신시장 개방문제. 중국은 미국에 대해 섬유쿼터 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이에 맞서 현재 50%미만인 외국인의 통신업체 지분보유제한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WTO가입 추진 배경=중국은 13년전인 86년 우루과이 라운드협상이 시작될 때부터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가입을 시도해 왔지만 주도권을 쥔 미국에 의해 번번히 좌절돼 왔다. 하지만 중국은 이에 굴하지 않고 매년 시장개방폭을 확대하며 가입노력을 펴 왔고, 특히 올해는 나토의 유고소재 중국대사관 오폭사건으로 국민정서가 부정적으로 돌변한 상황에서도 WTO가입의 모험을 펼치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WTO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기 때문이다. 우선 개발도상국 지위로 WTO가입이 성사되면 매년 미국으로부터 최혜국 대우(MFN)를 갱신받지 않아도 되고, 무역분쟁도 다자간 협상으로 해결할 수있게 된다. 또 국제수준에 맞는 경제개혁을 가속화할 수있는 계기가 돼 중국기업의 체질개선과 함께 외자유치도 확대할 수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더욱이 오는 30일 미 시애틀에서 시작되는 WTO각료회의에 공식회원국으로 참여, 21세기 무역규범을 만드는 뉴라운드 협상에 중국측 입장을 적극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세계 4위(홍콩포함)의 수출대국으로 국제경제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朱총리는 지난 3월 『13년동안 기다리다가 검은 머리가 하얗게 샜다』며 WTO가입에 결연한 의지를 나타낸데 이어 이번에 정치생명까지 걸고 막판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도 중국을 WTO에 가입시킬 경우 중국을 국제경제무대로 끌어내는 치적을 쌓게 돼 중국과의 협상타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영향=중국이 WTO에 가입할 경우 관세장벽이 낮아지면서 농산물및 섬유업종은 경쟁이 치열해져 어려움을 겪는 반면 유화·가전·자동차 등의 중국수출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WTO가입과 함께 국제무역기준에 맞춰 경제체제 개혁·무역확대 및 무역구조 고도화·내수시장 개방폭 확대·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경쟁우위에 있는 제품의 대중(對中)수출이 늘어나고, 직접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잠재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증가보다는 중국의 대한(對韓) 수출여건이 더욱 호전돼 무역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대두·참깨·고추·마늘 등 중국산 농산물의 수입증가가 예상돼 산업피해가 다른 어느 업종보다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용택기자 YTLEE@SED.C0.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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