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임대·월세 대출에 초점… 전세 빠진 '전월세 대책'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 발표
연립·다세대 임대 내년 1만3,000가구 추가 공급
취준생·저소득층에는 연2% 월세 대출 상품 신설
정부 "월세 전환은 시장 흐름"… 겨울 전세난 가중

정부 30일 내놓은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을 통해 민간 전세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울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에 반전세 매물 시세가 붙어 있다. /이호재기자


내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해 임대하는 연립·다세대 전세임대 물량이 1만3,000가구 추가 공급된다. 또 취업준비생과 저소득층에게 저리로 월세를 대출해주는 상품이 새로 출시된다. 또 대규모 재건축 이주에 따른 전세난을 완화하기 위해 현재 개별 단지별로 2,000가구가 넘을 경우 적용하고 있는 이주시기 조정을 동(棟) 단위로 확대하게 된다.

정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서민 주거비 부담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이날 대책에서 정부는 '전세의 월세 전환'을 자연스러운 시장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가정 아래 인위적 시장 개입 없이 이를 연착륙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아파트 전세 품귀 현상을 해결할 만한 대책은 없어 '전세 빠진 전월세 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세난 인위적 개입 없다'=그동안의 정부 전월세 대책이 '전세'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10·30 대책은 월세 부담 완화를 정조준했다. 이는 저금리와 집값 상승 기대감 하락 등으로 인해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전월세 거래량 중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9월 누계 기준)은 지난 2011년 67.1%에서 올해 58.4%로 떨어졌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재 임대차 시장의 추세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시점에서 임대 시장의 구조가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시장을 연착륙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경기회복을 위해 주택거래 활성화에 방점을 찍은 상태에서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한 '공급 확대' 카드를 쓸 수 없다는 정부의 고민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공급 확대가 유일한 방안이지만 이는 겨우 살아난 거래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정책의 폭을 좁혔다는 것이다.

◇내년 임대 12만가구 공급…취준생 월세 대출 도입=이에 따라 정부는 주로 저소득층 월세 세입자나 비자발적인 '반전세(보증부 월세)' 세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을 내놓았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취업준비생들에게 월 30만원의 월세를 연 2% 금리로 최대 2년까지 대출해주는 방안이다. 정부는 500억원 규모의 국민주택기금을 투입해 약 7,000여명의 저소득층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사실상 무담보 대출로 기금이 활용되면 손실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전세 세입자들의 부담도 덜어주기로 했다. LH 전세임대주택에 반전세로 사는 세입자들이 주택기금으로 보증금을 대출받을 때의 이율을 대출 규모에 따라 1~2%로 차등화시켜 낮은 대출을 받은 세입자가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근로자서민과 저소득 전세자금 대출 두 가지를 버팀목 대출로 통합시켜 소득이 낮고 보증금이 적을수록 대출금리를 우대해주기로 했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월세 시장 안정화도 이번 대책의 핵심 안이다. LH가 사들이거나 전세계약을 맺어 다시 월세로 내놓는 매입·전세임대주택을 연말까지 추가로 3,000가구 공급하고 내년에도 당초보다 1만가구 늘어난 5만가구를 공급한다. 이에 따라 내년 건설임대와 매입·전세임대를 합쳐 총 12만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공공임대리츠도 5만가구에서 6만가구로 1만가구 늘리기로 했다.

민간 자본을 활용해 임대주택을 늘리기 위해선 일단 미분양 주택을 내년 말까지 사들여 5년 이상 임대주택으로 쓰면 양도소득의 50%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또 10년 이상 장기임대의 경우 법정 상한선까지 용적률을 확대해 같은 면적의 땅에 더 많은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했다. 지지부진한 실적을 보였던 준공공임대를 위해 의무 기간을 10년에서 8년으로 줄였으며 LH가 임대기간이 끝난 후 매입해주기로 했다.

한편 올해 말부터 시작될 재건축 이주수요의 분산을 위해 이주 시기를 1년 이내에서 조정하고 이주심의 대상도 '이주 주택이 2,000가구가 넘는 단지'에서 '2,000가구가 넘는 법정동'으로 확대한다.

◇눈앞에 닥친 전세난 잡기엔 역부족=전문가들은 정부 정책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을 표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너무 빠른 월세화에 대해 고민한 방향은 좋지만 가을 이사 철이 끝났는데도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내용이 없어 겨울철 전세난 파고를 넘기에는 한계"라고 평가했다. 특히 전세수요를 매매로 전환시킬 유인책이나 전세 공급을 늘릴 만한 인센티브가 없어 재건축 이주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시장 불안을 막을 묘책이 없다는 예측도 나온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