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출한 일반회계 기준 117조5,0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막마지에 이른 가운데 정치권이 무려 10조원이 넘는 예산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당간, 국회 예결위원간의 `밀실담합` 예산심사 의혹이 제기되고 새해 예산이 정치권의 `끼워넣기` 또는 `나눠먹기`에 따라 누더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적지않다.
26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 각 상임위는 이미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정부안보다 7조9,000억원을 증액, 국회 예결위에 심사자료를 제출했다. 또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는 정부안에 반영되지 않았거나 국회 상임위 예비심사 때 증액을 요구하지 않은 신규사업 9건 등 모두 11건 1,600억원을 증액하기로 하고 지난 24일 해당 상임위에 승인을 요청했다. 이들 증액예산은
▲임대주택 주거환경개선사업비 300억원
▲교육방송 인터넷 강의 200억원
▲산업기반신용보증기금 출연 500억원 등이다. 특히 한나라당ㆍ민주당ㆍ열린우리당ㆍ자민련 등 4당과 소속 의원들이 예결위 소위의 예산심사과정에서 각 정당 차원이나 개별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목적으로 요구한 예산증액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정당이나 의원들이 증액을 요청하는 예산은 대부분 정부안이나 상임위 증액안에 반영되지 않은 별개예산이다. 현행 제도상 신규사업이 아닌 국회의 승인을 받아 추진되고 있는 기존사업 예산에 대해서는 해당 상임위 승인을 받지 않고도 늘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전체의 증액예산 규모가 10조원을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이 같은 예산증액 추진과는 별도로 기획예산처는 이날 당초 정부의 새해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은 예산 1조3,400억원의 증액을 공식 요청했다. 국회 예결위 박종근 계수조정소위원장에 따르면 정부가 증액 요구한 예산은
▲한ㆍ칠레 FTA 비준 동의안 체결에 따른 농어촌 지원 3,604억원
▲이라크파병 지원 2,000억원
▲태풍 `매미` 피해지역 추가지원 1,000억원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이자 1,100억원
▲선거공영제 실시 1,000억원
▲각종 세법 개정으로 인한 세입감소분 2,700억원
▲한국은행 잉여금 감소분 2,000억원 등이다.
이에 따라 예결위 소위는 일단 이들 증액요구는 최대한 배제하고 예산편성 과정에서 계상을 잘못해서 빠진 사안이나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한 후 증액요인이 발생한 사안 등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증액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박병윤 의원은 “이라크 추가파병과 한ㆍ칠레 FTA 체결에 따른 농어민 지원 등을 위해 7,500억원 증액은 불가피하다”며 “소위에서는 삭감재원과 7,500억원 한도내에서 증액을 논의하되, 불가피한 일부금액이 추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세입과 세출의 균형을 맞춰 새해 예산을 짜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정치권과 정부의 요구대로 세출예산을 늘릴 경우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주목된다. 예결위 한나라당 간사인 이한구 의원은 “정부와 국회가 마련한 세입예산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세출예산을 늘리려면 증액분 만큼 정부 세출예산안에 반영된 다른 사업에서 삭감해 내년 예산을 균형으로 가야 한다”며 “정부와 민주당,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국채발행을 통한 적자예산`에 반대한다는 기존 한나라당의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와 함께 예결위 소위는 항목별 예산조정과정에서 정부측을 상대로 고강도 경비절약 대책마련을 부대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예산안을 승인하는 등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로공사`에 대한 사업비 예산지원의 경우 전체 도로 공사 관련 예산인 3조원의 절반인 1조5,000억원을 신청했지만 소위는 당초 10%인 1,500억 가량을 삭감하려다 정부와 도로공사측의 반발로 700억원을 삭감키로 하되 도로공사에 대해 10%의 원가절감노력을 하라는 부대조건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 대해서도 관서운영비와 여비, 특수활동비 등 경상경비의 경우 10% 절감 노력을 하고 제로베이스에서 예산편성과 심사를 하도록 하는 것을 부대조건으로 달아 승인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예결위는 28일까지 소위작업을 마무리한 뒤 29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통과시켜 당일 정부로 이송, 정부가 즉각 예산배정에 착수하고 30일 국무회의에서 국회의 예산심사안을 의결토록 함으로써 예산집행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