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게임 대신 책 읽는 아이로"

여름방학엔 현장체험으로 독서 흥미 유발
고궁등 유적지 돌아보며 역사책 읽게 만들고
서점·도서관 찾아 다양한 책 접할 기회 줘야



“아침부터 저녁까지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어요.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히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될까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을 자녀로 둔 심주윤(38)씨는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며 아이와 매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어릴 때부터 독서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소리를 주변에서 많이 들어 억지로라도 책을 읽히고 싶지만,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있는 아이의 손에 책을 쥐어주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독서의 재미를 붙여주기 위해서는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흥미거리를 만들어 ‘독서+알파’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충고한다. ◇독서와 현장체험을 함께=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은 여름방학은 미리 책을 읽고 현장체험을 떠나기에 알맞은 시기다. ‘갯벌의 생태’에 관한 책을 읽고 서해안의 갯벌을 찾아가면 책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을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고, 아는 만큼 나들이의 재미도 배가된다. 최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답사형’ 책도 많이 나오고 있어 책을 들고 현장을 찾아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된다. 역사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역사책을 읽고 서울의 고궁 등 유적지를 찾아가면 나중에 독후감 하나를 쓰더라도 자신의 경험을 담아 색다른 글을 쓸 수 있다. ◇독서도 쇼핑처럼=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고사성어는 독서에도 적용된다. 책이 바로 곁에 있어야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지난 1992년 영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책과 친해진 버밍엄의 아이들이 다른 지역 아이들에 비해 책을 좋아하는 어른으로 성장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북스타트 운동’이 시작됐다. 아이 때부터 책을 가까이하고, 책에 대한 재미와 애착을 심어주자는 운동이다. 예방접종을 하러 온 아이에게 예쁜 가방 속에 책을 담아 선물했을 정도다. 마찬가지로 여유있는 시간을 이용해 ‘책 백화점’이라 할 수 있는 큰 서점이나 도서관에 아이와 함께 수시로 찾아가 다양한 책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쇼핑하듯 이것 저것 구미가 당기는 책을 구경하다 보면 아이가 어떤 분야에 흥미를 느끼는 지도 알 수 있다. ◇독서보다 더 재미있는 독서 후 활동= 흥부전을 읽고 단순히 등장인물을 평가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흥부는 ‘좋은 사람’, 놀부는 ‘나쁜 사람’이라는 단순한 대답을 하게 마련이다. 몇 가지 항목을 정해 ‘등장인물 평가표’를 만들거나, 등장인물 입장에서 취직을 위한 이력서ㆍ자기소개서를 쓰게 하면 인물 파악은 물론 글 쓰기에도 재미가 붙는다. 아이들이 기자가 돼 책 속의 사건을 기사로 써보는 ‘기자놀이’를 해보는 것도 좋다. 독후감을 쓰라고 하면 고개부터 젓는 아이들도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이밖에 책을 읽은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독서감상화나 자신이 읽은 책을 광고로 만들어보는 활동도 책에 대한 함축적인 표현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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