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도서전서 영국 독자·언론과의 만남

황석영 "역사, 써야 한다는 부담 안고 살아"
신경숙 "엄마의 대변자처럼 인식돼 불편"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2014 런던도서전'에 공식 초청된 소설가 황석영(71)씨는 8일(현지시간) 영국 독자·언론과의 만남 자리에서 "늘 역사의 중압감에 눌려 작품으로 써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살았다"고 말했다. 함께 초청된 소설가 신경숙(51)씨는 지난 2008년 발표한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와 관련해 "엄마의 대변자처럼 인식돼 불편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황 작가는 이날 런던 얼스코트전시장에서 열린 문학세미나에서 "역사소설을 쓴 것은 역사를 담아내려는 거대한 야심 때문이 아니라 역사적 상처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작가로서의 책임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단된 나라에서 특정한 작품을 써야만 한다는 중압감은 마치 사나운 마누라와 사는 기분과 같았다"며 "작가로서는 불운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서구 작가들은 '이런 역사적 사건이 많은 나라에 살면 소재거리가 많아서 부럽다'고 한다는데 그러면 나는 너의 자유가 부럽다고 말한다"며 "사실 그들이야말로 역사적인 상황에 대해 이야깃거리가 없는 게 아니고 전세계에서 미국이 하는 행위들에 대해 충분히 소설을 쓸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방북과 망명, 세번의 수감 후 집도 없고 갈 곳도 없는 저를 살려낸 것이 한국의 독자들"이라며 "한국의 독자들은 작가가 시대를 배신하지 않는 한 끝까지 사랑하는, 위력 있는 독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얼스코트전시장에서 열린 '문학살롱'에 참가한 신 작가는 그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대표작 '엄마를 부탁해'에 대한 집중 질문을 받았다. 이 작품은 해외 31개국에서 번역돼 출간됐다.

신 작가는 '엄마를 부탁해'에 대해 "쓴 기간은 1년 반인데 제 마음속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쓰였던 작품"이라며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밤기차에서 엄마의 고단한 얼굴을 보고 저 고단한 엄마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이 소설의 씨앗"이라고 말했다.

신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엄마도 나처럼 어린 시절이 있고 또 강하고 무엇이든지 나를 위해 해줄 것 같지만 사실은 엄마 자체도 나약하고 상처가 많고, 엄마 자체도 엄마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한번쯤 생각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엄마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 때문에 제가 엄마를 대변하는 것처럼 인식돼서 한동안 불편했다"면서 "그래서인지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고 밝혔다.

신씨는 앞으로 작품에 대해 "두 가지 아이디어를 놓고 고민 중"이라며 "하나는 어느 날 갑자기 앞을 볼 수 없게 된 사람 이야기, 다른 하나는 네 사람의 실패한 사랑 이야기로 옴니버스식으로 꼬리를 물면서 연결되는 아름답고 비극적이면서 실패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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