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관에 함박눈이 왔어요’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 전이 개막한 지난 3일 저녁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마티스와 야수파 전시회를 축복하기라도 하듯 온 서울 시내에는 첫 함박눈이 수북이 내렸다. 4일 오전 눈이 그치면서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시립미술관 앞은 전날 밤새 내린 눈과 아직 파란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나무들이 어울리며 신비하기까지 한 설경(雪景)을 빚어냈다. /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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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첫 함박눈은 4일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들’ 전시 현수막이 나부끼는 정동 서울시립미술관 근처를 하얗게 물들였다.
함박눈에 이끌려 전시회를 관람하려는 가족, 연인, 외국인들의 나들이 인파가 12시를 넘자 미술관을 가득 채웠다. 특히 전시해설자의 설명이 곁들여지는 오후 1시부터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 날 전시장을 찾은 이영미씨는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의 개막축사처럼 “색채의 힘이 돋보이는 마티스와 야수파의 걸작들을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감상하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 함박눈의 상큼함을 만끽하고 덕수궁 돌담길 산책을 즐기려는 가족들의 발걸음이 잇따랐다. 용인에서 전시를 보러 첫눈 한파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는 황혜영씨는 “지난번 샤갈전을 놓쳐 매우 아쉬웠는데 이번 전시도 처음에 맘먹고 안 오면 못 올 것 같아 남편을 설득해 빙판길을 뚫고 나왔다”며 “그림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라 화려한 색채그림을 좋아한다. 마티스 그림은 다른 작가들보다 색이 살아있고 화사해서 남달랐다”며 즐거워했다.
○… 개막 첫날 1,200여명이 모인 관람객 중 외국인은 100여명. 4일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마티스와 야수파 작가들의 색채를 감상하기 위해 몰렸다. 대부분은 서울에 적을 두고 근무하는 대사관 직원이나 상사원들. 조나단 헐윅 CH2MHILL 부사장은 “현대미술을 좋아해 시간이 나면 전시를 보러 다니는데 이번 전시는 특히 흔히 볼 수 없는 작가들의 작품과 그 경향을 볼 수 있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대사관에 근무하는 안드레아 사마씨는 “작품 선별이 매우 잘 된 것 같다. 독특한 작품들이 일반인들도 잘 이해할 수 있게 배열돼 있는 좋은 전시”라면서 “유럽에서 마티스 유화만을 봤는데 이곳에서 그의 흑백작품(석판화)을 만날 수 있어 매우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이 전시를 보기위해 오늘 아침 도착한 외국인도 있었다.
다카하시 미나코 NHK 프로모션 전시사업부 큐레이터는 “지난해 여름 일본에서 마티스전을 열었단 담당자로 관심이 높아 찾았다”며 “잘 알려진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의 작품들이 총체적으로 보여지고 쉽게 색채를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된 훌륭한 전시”라고 강조했다.
○… 400쪽이 넘는 원색의 도록을 직접 펴 들고 해설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관람하는 부부 애호가도 있었다. 사업가인 남편과 최근 다시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는 고산씨와 김유경씨 부부. “미국에서 마티스 전시를 많이 봤는데 그곳에서도 보지 못한 작품들이 많아 매우 놀랐다”는 부부는 “소품과 중간 작품 모두 마음에 든다. 반 동겐, 롱바르 등 우리에게 생소한 작가들 작품들이 같이 보여지는 것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조카 미술숙제 도와줄 겸 왔다는 30대 중반의 한 남자는 “미술시간에 책으로만 보던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미술관을 찾는 이유”라면서 “우리가 보지 못했던 유화작품을 이렇게 많이 볼 수 있는 기회가 드물어 견문도 넓힐 겸 왔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폭 넓은 이해를 돕기 위해 매일 오후 1시와 4시, 10여명의 도슨트(전시해설자)들이 활동한다. 이 날의 도슨트 정희운씨는 “많은 사람들이 국내에선 다소 생소했던 작가들의 원화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다들 즐거워한다”며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3층에 마련된 프로방스 야수주의 작가들과 마티스 방으로 미술사적으로도 값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오는 2006년 3월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며 토ㆍ일ㆍ공휴일은 오후 6시까지다. (02)2124-8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