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때문에… 정부 정책 줄줄이 연기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 의원들 질타 우려해 확정 연기
여성고용 후속 보완대책은 장차관 출석 이유로 발표 늦춰
환노위 환경부 국감 파행
기업인 증인채택 두고 설전

정부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지적을 우려해 민감한 정책들에 대해서는 발표를 줄줄이 연기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국감 때 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로부터 추궁을 당할까 봐 국감 기간은 피하고 보자는 생각 때문이다.

7일 정부 각 부처에 따르면 지난달 말로 예정돼 있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 확정·발표는 국감 이후로 미뤄졌다. 정부는 원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이 9월 말까지 상세보고서를 작성하면 이를 토대로 최종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기획단은 앞서 지난달 초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본 방향은 이미 발표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상세보고서는 9월 말까지 나올 예정이었지만 충분한 검토 작업을 위해 발표가 조금 늦어지고 있다"며 "발표 시점은 국감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본 방향과 함께 2,000만원이 넘는 이자·연금 소득에 건보료 부과, 소득이 없는 지역가입자에게 정액의 최저보험료 부과 등 개선안 세부내용 상당 부분이 이미 확정돼 있는 상황에서 1년 넘게 논의해온 최종 결과물을 예정된 시점보다 미뤄 발표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개선안이 당장 확정·발표되면 부과체계가 바뀌고 이에 따라 보험료를 더 내게 되는 계층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국감장의 이슈가 되는 것은 자명한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국감에서 논란을 우려해 발표시기를 의도적으로 늦췄다는 것이다.

장차관이 국감에 나가야 한다는 이유로 발표 시점을 미룬 사례도 있다.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교육부·기획재정부 등 범정부 차원의 여성고용 후속·보완대책은 원래 이번주에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다음주로 발표 시기가 늦춰졌다. 관련 부처 장·차관이 국감에 참석해야 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고용부 측에서 여성고용 후속·보완대책 발표를 미뤄달라고 요청해왔다"며 "장차관이 국감 일정으로 같은 날 열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할 수 없어 해당 안건을 상정할 수 없게 된 게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 부처 관계자는 "국감 기간에 정부 당국자들이 의원들의 지적사항에 대해 민감해 하다 보니 가급적 국감 기간에는 주요 정책을 발표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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