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회사 시바-가이기는 1980년대 미국의 레이저 생산회사인 스펙트라피직스를 인수했다. 스펙트라피직스는 물리학에 바탕을 둔 회사였다. 화학회사인 시바가 이 회사를 인수하기로 한 것은 물리 분야의 예상 성장률이 화학에 비해 높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몇 년 후 시바는 스펙트라피직스를 되팔고 말았다. 시바의 경영진은 이에 대해 "전략 자체는 옳았고 의미가 있었으나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화학자였다. 우리는 화학사업을 잘 알고 애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물리와 전자는 생소해 투자결정을 할 때 마음이 불안했다. 그래서 결국 우리의 '옛 애인'인 화학사업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당연한 다음 순서였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 경영대학원 부학장으로 재직중인 유필화 교수와 마케팅전문 컨설팅회사 회장인 헤르만 지몬은 '전략은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앞의 예에서 시바의 경영진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기에 잘못된 전략을 짜게 됐다. 유 교수와 지몬 회장은 지난 몇 년간 한국과 독일에서 주로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쓴 경영 에세이들을 모은 '유필화와 헤르만 지몬의 경영담론'을 통해 기업 경영에 대해 논한다. 저자들은 기업 내에서 각종 분야 전문가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그럴수록 기업경영은 전체적, 통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기능보다는 과정, 전문화보다는 통합에 점점 더 무게를 두는 것이 현대 기업경영의 추세라는 것이다. 책은 전체적으로 통합적인 관점에서 기업 전략과 마케팅에 대해 논하고 있지만 '인문학과 경영'이라는 부분도 잊지 않는다. 인문학적 소양이 기업 및 경영자의 크나큰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며 현대 경영자들에게 창의성과 상상력,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