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6자회담 '신중론'

성김 "北 비핵화 확신없이 협상 재개는 실수가 될 것"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의 재개에 대해 미국이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는 6자회담의 공전상태와 함께 북핵 문제의 해결이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5일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

성 김 특별대표는 이날 회담 뒤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진지한 약속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과의 협상으로 급히 돌아가는 것은 우리에게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 비핵화 조치 및 미사일 실험과 같은 군사적 도발 자제가 6자회담 재개의 선행 조건이라는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역시 미국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6자회담 참가국인 중국·러시아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조속한 6자회담의 재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6자회담은 지속적이며 효과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가장 최적의 틀"이라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11월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한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와 회담을 가진 뒤 "북한이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합의했다"며 "이 같은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 협력해 회담 재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황 본부장은 최근 러시아 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만난 직후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모두 이행하지 않더라도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6자회담 재개 조건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으로 미·일-중·러의 대립 구도 속에 놓인 우리 정부의 고민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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