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사회

사람의 지혜는 가고 오는 세월을 나누어서 하루 한달 일년으로 계산하고 있다. 자연의 시간흐름은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같은 것이지만 그 시간에 채워지고 있는 사연들은 사뭇 다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거나 새로운 계획을 세워서 과거와는 다른 한해를 꿈꾼다. 새해 아침부터 말하기는 좀 부적절하지만 우리의 주변에서 가장 심각한 현상이 신용사회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개인카드를 마구 사용하다가 신용불량자로 떨어져 버린 사람들의 문제는 이제 개인을 넘어 이 사회 경제를 근본부터 위협하는 중대한 사태로 발전하고 있다. 카드 빚에 쫓겨서 자살을 하거나 절도를 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가 하면 가정이 무너지고 회사가 도산하는 일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10월말 현재 252만여명으로 사상 최대였던 신용 불량자는 12월말이면 300만명,내년 상반기에는 350만명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실정이다. 450조에 달하고 있는 개인신용대출가운데 약 40%가 신용불량자에 의한 부도위기의 자금이라고 한다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는 말로도 충분하지 않은 위기 현상임에 틀림없다. 신용이란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 전체가 오랜 세월을 두고 벽돌 한 장 한 장을 쌓아가듯이 축적한 사회적인 자산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현금사용에서 개인수표의 활용 그리고 여기에서 플라스틱 머니라고 불리는 신용카드 시대로 넘어가면서 신용축적단계에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개인수표사용의 시대를 건너 뛴 것이 문제였다. 무엇보다 현재 20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사용하는 카드는 약 300만장으로 까지 추산되고 있다. 카드 사용문화가 진정으로 정착되려면 미성년자에 대한 카드 발급은 물론이거니와 성인사회에서도 `마구 발급`의 폐단이 사라져야 한다. 새 정부는 신용사회의 회복을 시급한 경제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개인 워크아웃제도 등 어떠한 정책이건 조속히 수립하여 경제기반을 다시 든든하게 확립해야 할 것이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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