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덜 샤워… 베이비 샤워… 과시욕으로 얼룩진 파티문화

결혼·출산 앞두고 선물 서양식 문화 급속 확산
호텔·식사비 등 포함땐 비용 100만원대 훌쩍 지인들 이중 삼중 부담


직장인 이수진(30ㆍ가명)씨는 두 달 전 대학 단짝 친구가 결혼을 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당연히 축하를 해줄 생각이었던 이씨는 결혼 전에 '브라이덜 샤워(bridal shower)'라는 축하 파티를 열고 필요한 물건을 선물해야 한다는 또 다른 친구들의 설명을 듣고 동참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비용이 장난이 아니었다. 호텔 대여비와 식사, 사진작가 초대까지 150만원이나 되는 비용을 친구들 3명이 50만원씩 나눠 냈다. 물론 결혼식 당일 축의금 20만원은 당연히 별도로 냈다. 이씨는 "절친한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어 파티를 마련했지만 이중으로 돈이 들어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결혼이나 출산을 앞둔 지인을 위해 파티를 열고 필요한 물건을 선물해주는 서양식 문화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예비신부들이 브라이덜 샤워 장소로 선호하는 호텔은 2~3인 기준 하룻밤 19만원에서 70만원까지 다양하다. 인원이 늘어날 경우 추가 비용을 따로 내야 한다.

간단한 샐러드나 간식ㆍ안주 등을 준비해주는 케이터링 서비스를 전문업체에 받는다면 4인기준 16~55만원까지 들고 생화로 방을 장식하는데도 10만~50만원이 든다.

한 호텔은 파티 분위기를 내기 위해 방안에 띄워 놓는 헬륨가스풍선 30개에 10만원, 50개는 15만원의 추가 비용을 받고 있다.

특별한 날인만큼 예비신부와 친구들이 드레스를 빌려 입고 헤어와 메이크업 서비스도 받으면 비용은 10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처럼 장식과 치장에 돈을 들이는 이유는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다. 브라이덜 샤워 사진을 찍기 위해 전문 사진작가를 부르는 경우도 많은데 보통 수고비와 인화비를 합해 2시간 출장에 3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이렇게 남은 사진은 앨범으로 만들어 간직하고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도 올린다.

축하모임은 브라이덜 샤워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결혼 후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 '베이비 샤워(baby shower)'라는 파티를 따로 연다. 출산 1~2개월 전에 예비 산모의 집이나 호텔 등에서 축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에서 주로 이뤄지는 서양의 파티에는 초청받은 사람도 부담 없이 가는 반면 우리나라는 파티에 초대 받은 사람이 뭔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부담을 느낀다"며 "파티 문화가 확산되면서 가까운 사람들끼리 대화하고 어울리는 시간을 갖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과시하기 위해 치르는 값비싼 파티가 꼭 필요한지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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