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을 겪어온 포스코플랜텍이 결국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선택했다.
포스코의 플랜트부품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은 26일 이사회에서 자금난을 해결하고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워크아웃을 신청하기로 결정한 뒤 채권단에 신청서를 냈다.
포스코플랜텍은 울산 공장에서의 적자와 전 사주의 이란 자금 유용에 따른 손실을 반영할 경우 자본잠식에 이를 것이 예상돼 불가피하게 워크아웃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 말 포스코로부터 2,900억원의 자금을 증자 방식으로 지원받아 경영정상화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우발 채무가 발생한 데다 최근 전 사주인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의 이란 자금 유용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권의 차입금 만기연장이 거부되고 신규 자금확보가 어려워져 유동성 위기가 가속화됐다.
현재 포스코플랜텍이 금융권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 연체한 금액은 총 892억원이다.
전 회장은 포스코플랜텍이 이란석유공사에서 받은 거래대금을 위탁받아 관리하면서 650억원 이상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포스코플랜텍은 최근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과 만나 대출금 상환 문제를 협의하면서 근본적인 자금난 해소 방안으로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 등은 대주주인 포스코에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유상증자나 지급보증 등 추가적인 자구노력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포스코는 추가적인 자금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포스코는 작년 말 유상증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3,600억원을 포스코플랜텍에 지원했지만 경영상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자금지원은 어렵다”며 “금융권의 협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단기간 내 추가 자금지원은 포스코 주주의 이해에 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추가 자금지원을 요구하는 채권단과 포스코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포스코플랜텍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워크아웃을 신청했지만 실제로 개시되려면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변수는 남아 있다.
포스코플랜텍 관계자는 “주주와 채권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워크아웃을 결정했다”며 “워크아웃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사회와 협력업체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플랜텍은 1982년 철강생산 공장의 설비를 정비하는 제철정비사로 출범했으며, 2013년 7월 조선·해양 플랜트 부품을 제조하는 성진지오텍과 합병했다.
하지만 조선·해양업계의 불황으로 플랜트 발주가 줄면서 경영난이 악화돼 지난해 1,8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포스코 계열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포스코플랜텍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포스코엠텍의 자회사인 포스하이알이 처음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저수익 사업을 정리하는 등 그룹 전반에 걸쳐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