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공청회 "되레 동등대우 요구 역효과 우려"

美·EU등과 동시다발 FTA로 노린 '지렛대 전략'
한미 FTA 협정문 수정땐 EU와도 추가협의 가능성

최석영(가운데) FTA 교섭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한·EU FTA 분야별 쟁점에 관한 공청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정부가 미국ㆍ유럽연합(EU) 등 거대권역과의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면서 노렸던 지렛대 전략이 도리어 우리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을 통해 EU를 견제하고 EU를 통해 미국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 패리티(동등한 대우)를 요구하면서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는 것이다. 2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개최된 '한ㆍEU FTA 분야별 쟁점에 관한 공청회'에 참가한 백일 울산과학대학 유통경영과 교수는 "한미와 한ㆍEU 두 FTA에서 한국 측에 불리한 악조건이 상호 작용해 한국 측에 더 불리하게 적용할 수 있다"며 한미 FTA 재협상 결과에 따라 EU가 추가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8~10일 개최된 한미 통상장관회의에서 미국은 자동차 분야에서 관세환급, 안전기준, 신기술 적용 등에 있어 한ㆍEU FTA와의 패리티를 요구했다. EU역시 지난 협상 과정에서 한미 FTA와의 패리티를 강조한 바 있다. 정부도 한미 FTA 협상결과에 따라 EU 측과 추가 협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는 이날 '미국과의 협상결과에 따라 EU와 추가논의가 가능한 것이냐'는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미국과의 추가협의가 아직 종료가 안 됐기 때문에 내용은 예단하기 힘들고 가급적 합의된 협정문에 손을 대지 않으려고 하지만 만일 (협정문을 수정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EU와 추가협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지만 한미 FTA 재협상으로 인해 EU와의 FTA까지 차질을 빚을 우려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EU는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법안에 대한 문제를 꺼낼 가능성도 다분하다. 최 대표는 "EU는 11차례 공식 서한을 통해 한국이 도입하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법(상생법) 입법이 완료되면 한ㆍEU FTA의 서비스 부문 협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해왔다"고 설명했다. 상생법이 도입될 경우 EU가 분쟁에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공청회에서는 한ㆍEU FTA 체결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득실을 놓고 찬반 논란도 뜨거웠다. 찬성론자들은 한ㆍEU FTA가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에 합의한 것으로 향후 대 EU 수출증대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줄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반대론자들은 EU의 신(新)통상정책에 입각한 독소조항이 산재해 있다고 비판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상품 분야에서 품목 수 기준으로 한국과 EU 모두 99.6%를 양허했으며 이를 수입액을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100% 양허한 상당한 시장개방"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적절한 수준의 추가 대책이 수립된다면 조속히 한ㆍEU FTA를 발효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은 "EU측의 수출보조금 문제에 대한 지적도 없이 일방적으로 낙농품과 돼지고기 등 축산물을 희생한 굴욕협상"이라며 이해당사자인 낙농가 입장을 반영한 대책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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