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비상구 표지판 보나…" 현장중심 행정 강조

현행 소방법 문제점 예로 민생 규제혁파 거듭 주문
"이미 앞서가는 축산농은 쇠고기 개방도 문제없어"

“소가 비상구 표지판을 보나.”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경기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재정전략회의에서 축사에 적용되는 현행 소방법의 문제점을 예로 들며 규제혁파와 현장중심 행정을 재차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전날 경기 포천의 한우농가를 방문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축사를 소방법 때문에 까다로워서 못 짓겠다고 하더라. 소방법에 따라 비상구 표지판을 붙였다고 해서 소가 그걸 보고 나갈 것도 아닌데…”라고 말한 뒤 “소방방재청장 (여기) 안 오나. 내가 부끄러워 이야기를 못하겠더라”며 질책했다. 이 대통령은 “따지고 보면 축사에 무슨 비상구 표지판을 붙이고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유사시에 소에게 비상구로 나가라고 교육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라고 거듭 지적하면서 “법을 바꾸려면 이런 걸 바꿔야 한다. 괜히 거창한 것을 갖고 국회에서 할 게 아니라 민생에 관련된 사소한 것을 바꿔야 국민 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아마 축사를 짓는 사람도 (이런 소방법은) 안 지킬 것 같다. 축사 짓는 사람 80~90%는 안 지킬 것”이라며 “그래서 소방서가 시비를 걸려면 거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비리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것”이라면서 ‘현장행정’을 거듭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 중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은 게 있다. 그래서 규제를 아무리 바꿔도 바뀐 게 없다”면서 “그런데 새로운 정권은 이걸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장관들이 현장에 나가 확인하고 이야기를 들어야지 보고만 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현장에 가는 게 형식적이어서는 안 된다. 형식적 방문은 피차 시간낭비이고 현장에서도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일본 ‘화우(和牛, 일본 발음 와규)’를 소개하며 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 화우 같은 것은 우리 쇠고기 값의 10배다. 한 마리 가격이 1억원이나 되는 소가 일본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우리도 얼마 안 있으면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데 그러면 일본처럼 개방해도 최고의 쇠고기를 먹으려는 수요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미 앞서가는 축산농가는 쇠고기 개방을 해도 얼마든지 (경쟁)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면서 “어제 방문한 축산농가도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쇠고기 개방을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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