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이 다시 걷잡을 수 없는 내분 사태에 빠진 가운데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재신임을 이사회에 묻겠다고 밝히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이 행장은 특히 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와 관련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행장은 1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사회와 의논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이 규명된 만큼 만약 이사회에서 반대한다면 사퇴할 의사도 있다"면서 이사회에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조직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스스로) 사퇴를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주전산기 교체 문제 제기의 정당성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심각한 조작과 은폐를 발견했는데 이를 어떻게 숨길 수 있느냐"며 "이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세월호 출항 전에 배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출항을 막았다면 이것이 잘못된 행동인가"라며 "내부적인 감사보고서를 보는 순간 은행장 직을 걸고 이를 밝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도 전했다.

이 행장은 또 임 회장이 사실상 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에 강압적으로 개입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임 회장의 개입을)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소명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임 회장이 은행 주전산기 교체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여겨 담당 임원 등을 고발할 때 애초 이런 내용을 포함했으며 앞서 열린 제재심의위에서도 임 회장의 개입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이런 발언은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임 회장과의 갈등, KB금융 내부의 주도권 다툼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는 다만 최근 주전산기 교체 관련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임 회장 측 인사를 포함한 내부 인사들을 고발한 것과 관련해 "범죄자 고발은 (임 회장과의) 갈등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조직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행장은 그러나 "도둑이 왔다고 소리 지르는 사람에게 시끄럽다고 한다고 도둑질을 방관할 수는 없다"며 자신을 공격하는 KB지주 측에 대한 불만의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조만간 이사회를 소집해 이 행장 거취 문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