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기다림이 주는 설렘


세상의 모든 일이 빠름이라는 키워드로 변해가는 모양새다. 어제의 소식을 접하기 위해서는 다음날 아침 신문을 펼쳐야 했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수분 전에 일어난 일들을 접할 수 있다. 신속한 표현을 위해 문장도 짧게 변형돼 '완전 소중한 남자'는 '완소남'이 되고 '차가운 도시남자'는 '차도남'이라는 신조어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용된다. 빠름에 대한 추구는 우리의 삶 전반에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현상은 긍정적인 측면도 많겠지만 이로 인해 비롯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특히 빠름만이 최고의 미덕이 돼가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제공은 우리에게 더 빠른 정보의 공유를 가능하게 했고 사용자들은 점점 신속한 반응에 익숙해졌다.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그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불만을 토로한다. 빠름이 최고의 미덕이기에 기다림은 지루함과 낭비라는 의미로 퇴색돼 가는 듯하다.

그러나 빠름이 효율성이라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 기다림에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 핸드폰이 없었을 때로 시간을 되돌려보자. 그리운 친구에게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보내고 우편함 주변을 몇 시간이고 어슬렁거리며 답장이 오기만을 한없이 기다리고는 했다. 애틋한 마음이 깊어서인지 답장을 읽어보기 위해 봉투를 열 때의 설렘은 한 번의 클릭으로 e메일을 열어보는 지금의 감동과는 비할 바가 못 된다.

물론 그때로 돌아가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때로는 빠름보다 기다림이 가지는 미학을 느껴보고 발휘해보자는 것이다. 뒤처지는 동료를 재촉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기도 하고 계획한 목표를 추진하면서도 잠깐 기지개를 켜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기다림의 가치를 알고 마음의 여유를 가진 사람이 돼보는 건 어떨까.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도 기다림의 가치를 아는 투자자들은 참으로 고맙다. 주가는 오늘 떨어지더라도 내일 오르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잠깐의 변동에 지레 겁을 먹고 회사의 애꿎은 직원들을 닦달하고는 한다. 반대로 어떤 투자자들은 밤낮으로 애쓰는 기업의 임직원들을 믿고 기다려준다. 기업은 이들에게 더 높은 가치를 돌려주기 위해 노력하니 실적은 좋아지고 선순환이 이뤄진다.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때가 있긴 하지만 때로는 잠깐 제자리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자. 당신이 '빨리빨리'라고 소리치며 스쳐 지나간 풍경들이 새삼 아름답게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서둘렀던 일들보다 더욱 값진 것들이 주위에 많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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