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국 최대 채권국 등극

국채 보유량 1조2,244억弗로 中 제쳐… 금융위기 후 처음
中, 경기 둔화·자본유출 우려… 5개월 연속 美국채 팔아치워
日 양적완화로 유동성 풍부… 연기금 등 앞다퉈 매입 늘려


일본이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미국 국채 보유국 1위 자리에 올라섰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전일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량이 1조2,244억달러로 중국의 1조2,237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중국이 미 국채 최다보유국에서 밀려난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6년7개월 만이다.

중국은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연속 미 국채를 팔아치웠다. 반면 일본은 같은 기간 미 국채 보유량을 꾸준히 늘렸다.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지금까지 일본의 미 국채 보유량은 1,132억달러나 증가했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이 감소한 것은 경기둔화와 외환보유액 감소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달러화 가치가 연일 상승 랠리를 보이자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화 자산을 팔고 위안화를 매입한 것도 미 국채 보유액이 감소한 원인으로 꼽힌다. 인민은행은 지난달에만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급속한 자본이탈을 막기 위해 2,310억달러를 사용했다.

반면 일본의 금융업체·연기금·보험회사 등은 앞다퉈 달러 자산을 사들이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채권매입 프로그램 등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하며 풍부해진 유동성 덕에 일본 투자자들이 고금리의 미 국채 매입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일본이 지난달 전달보다 2배나 많은 2조6,000억엔에 이르는 외국 채권을 사들였다. 이언 린젠 CRT캐피털그룹 선임국채전략가는 "최근 달러화 강세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미국 국채가 외국투자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공적연금(GPIF)은 일본 국채 금리가 제로 수준인 점을 감안해 지난해 10월 외국 채권 보유 비중을 11%에서 15%로 높였다. 일본은행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일본 국채 수익률이 당분간 제로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일본의 미 국채 매입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 국채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조5,00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