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할인·통매각' 서울까지 北上…상가는 임대도 어려워

■ 부동산시장은 지금 세일중
방배동 주상복합 8채 7년전 값으로 통째 내놔
상가, 경·공매서도 '찬밥' 12차례 유찰 된곳도
콘도회원권 거래 실종 골프는 공급과잉에 몸살




부동산 시장 침체가 깊어지며 아파트는 물론 오피스텔, 상가, 콘도 회원권 등이 앞다퉈 저가 할인 매물로 나오고 있다. 찾는 사람이 없어 썰렁한 인천 영종도의 한 모델하우스(왼쪽)와 급매물 안내문이 붙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아파트뿐 아니라 상가는 물론 콘도ㆍ골프장 회원권 가격까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곳곳에서 세일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 시장이 거래 실종으로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상대적으로 환금성이 떨어지는 상가나 골프장ㆍ콘도 회원권 등도 동반 침체 양상을 보이는 데 따른 것이다. 과거 아파트 값이 보합세일 때 나타났던 '틈새상품' 시장이 아예 사라져버린 형국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빠져들면서 상가ㆍ회원권 등 틈새상품은 자칫 시장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며 "저가 할인매물이 넘쳐나지만 수요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웬만하면 세일=지난 2008년부터 지방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미분양 아파트 할인분양과 통매각이 수도권으로 북상하면서 수도권에서는 이미 아파트 할인분양이 일반화되다시피 했다. 최근에는 이런 현상이 서울 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최근 강남권 주상복합 미분양분의 통매각은 이 같은 시장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서초구 방배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는 7년 전 분양 당시 가격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대형평형 8채에 대한 통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을 회사가 보유하고 있다가 시장 상황이 좋을 때 팔려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한꺼번에 내놓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용인의 한 대형 시행사도 현재 미분양 아파트의 할인 매각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자금력이 좋아 "절대 할인분양은 않겠다"던 이 회사는 정작 입주가 코앞인데도 미분양 물량이 팔리지 않자 어쩔 수 없이 가격할인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후문이다. ◇'통매각에 저가 낙찰'…상가시장의 현주소=상가의 추락은 경ㆍ공매 시장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분양은 고사하고 임차인조차 구하지 못해 상권 형성에 실패한 상가들이 금융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경ㆍ공매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감정가 37억원에 달했던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근린상가는 두 번의 유찰 끝에 7일 24억원에 낙찰됐다. 감정가보다 13억원 저렴한 수준이다. 이달 초 8억3,600만여원에 경매에 나온 영등포 문래동 상가 역시 감정가 대비 70% 수준인 5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세금을 내지 못해 압류된 물건들이 거래되는 공매 시장에도 상가 물건은 찬밥 신세다. 용인ㆍ안산ㆍ수원 등 수도권 일대 단지 내 상가, 근린상가 등은 최소 5~6회 이상 유찰돼 감정가 대비 절반 이하까지 가격이 떨어진 경우가 부지기수다. 안산 단원구의 한 테마형 상가는 무려 12차례나 유찰돼 감정가 1억2,500만원의 30%에 불과한 3,000만여원으로까지 입찰가가 떨어졌다. 신규 분양시장에서의 통매각 상가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주상복합 지하 1층 상가는 최근 35억원에 통매각으로 나왔다. 원래 80억원에 형성돼 있던 분양가에서 45억원 이상 할인된 가격이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경기도 내 주상복합 상가는 거의 텅텅 비어 있다"며 "상가규모가 3만3,000㎡ 이하인 주상복합 상가는 분양은 물론 임대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회원권은 아예 시장이 없네=콘도 회원권의 경우 최근 개인이나 법인 소유 물건들을 반값으로 급매하는 광고가 급증하고 있다. 대부분 콘도 회원권이 투자가치를 잃은 채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 한때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가 강화된 후 틈새시장으로 각광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수요가 끊겨 분양은 물론 거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콘도 회원권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분양가에서 1,000만~2,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콘도도 있었지만 지금은 분양가의 70~80% 수준이면 비싸게 팔린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는 D리조트조차 계좌당 2,680만원가량에 분양한 물건이 현재 70~80%선에서 거래될 정도이며 한 소규모 콘도의 경우 분양가 2,500만원짜리 회원권이 500만원에도 매수세가 없는 실정이다. 일부 콘도 회원권은 100만원에 나온 경우도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골프 회원권의 경우 금융위기를 지나며 법인의 매수세가 살아나는 듯했으나 수도권 일대 신규 골프장 공급이 과잉 우려를 낳으면서 전반적인 시세 하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2개월 사이 남촌CC가 11억원에서 10억원으로 1억원의 하락폭을 나타냈고 안성베네스트는 2억2,300만원에서 1억9,000만원으로 3,300만원 내려 가장 큰 하락률(14.8%)을 기록했다. 골프 회원권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한꺼번에 공급이 이뤄진데다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보니 분양가를 할인하는 곳이 많다"며 "법인 매수세마저 위축돼 기존 회원권 거래시장까지 휘청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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