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물류중심 한국 구상 타격입을 듯
중국이 동북3성(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 개발을 위한 해양 출구로 동해 쪽의 항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어 한국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뉴욕 타임스는 15일 중국이 러시아 연해주 남단의 중국 국경 인접지역에 항구 2곳을 조차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항구는 블라디보스토크항의 남쪽에 있는 자루비노항과 포스예트항. 중국은 이들 항구를 49년 간 조차해 독자적으로 사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5월26일 러시아를 국빈방문했을 당시 이 문제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깊숙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올 초부터 시작된 서해 쪽의 지린(吉林)성 다롄(大連)항 확대와 맞물려 있다. 동북3성 지역 해상물류 해결을 위해서는 다롄항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태평양으로 직접 통하는 동해 쪽의 항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 중국시보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부터 2010년까지 270억 위안(4조500억원)을 투자해 다롄항을 동북아 해운센터로 확충할 계획이다.
중국이 의도대로 다롄항 확대와 함께 연해주 지역의 2개 항구를 확보할 경우 한국의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 구상은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러시아로 향하는 해운물량이 한반도를 통하지 않고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해주 지역의 자루비노항과 포스예트항은 중국 지린성 훈춘(琿春)시에서 각각 71㎞, 43㎞ 거리에 있다. 중국은 두 항구의 조차에 대비해 투먼(圖門)에서 이들 지역에 이르는 철도 건설의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아울러 자루비노항은 연간 운수량 120만 톤 규모로 10~15배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시보는 중국이 러시아측의 동의를 끌어내기 위해 중앙아시아 이르쿠츠크 유전의 석유 파이프 라인도 이들 항구로 연결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구상은 그러나 러시아측의 안보 우려로 인해 상당한 곤란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이 지역의 인구 가운데 러시아인보다 중국인이 훨씬 많아 장차 영토분쟁의 소지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또 중국이 연해주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이에 따라 이들 항구를 중국측에 독자적으로 조차하는 것보다는 공동개발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 외에 한국 일본 대만 기업까지 끌어들이는 다국적 컨소시엄 형태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 견제를 기대하고 있다.
<배연해 기자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