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인천석화 PX공장 증설 중단

주민 합의 이후 재추진
주민 반발에 밀려 … 월 수천억 손실 불가피
■ 주민 반발에 꺾인 1조6,000억 프로젝트
지자체 무소신 행정 피해 키워 매월 1,000억 손실 발생할 듯

인천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총 1조6,000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PX 공장 증설 공사가 중단됨에 따라 SK인천석유화학 측은 매월 1,000억원 이상의 손실 등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SK인천석유화학

SK인천석유화학이 인천 서구 원창동에서 진행 중인 파라자일렌(PX) 공장 증설공사를 중지하겠다고 21일 발표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증설공사를 중지한 뒤 관할관청·주민들과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 재추진할 방침이지만 PX 공장 증설공사가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SK인천석유화학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PX 공장 증설공사를 중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최근 인천 서구청이 공사 인허가 절차상의 법규위반 사항 등을 들어 내린 행정조치를 겸허히 수용하며 앞으로 2~3일간의 공사중지에 필요한 사전 안전조치를 시행한 후 증설공사를 중지하고 위반사항 치유 및 전반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인천 서구청은 인허가 절차상의 법규위반을 들어 공사중단을 권고했고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공사중단 조치를 내릴 만한 사유는 아니다'라고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SK인천석유화학은 서구청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SK인천석유화학의 PX 공장 증설 프로젝트는 총공사비 1조6,000억원에 현재 공정률이 90%가량으로 1조4,000억원 이상이 투자된 상태다. 이번 공사중지로 매월 1,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측은 "이번 공사중지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됨에도 대승적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며 "이번 공사중단을 계기로 공장증설과 관련한 논란이 조속히 종식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SK그룹은 공사를 중지한 후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 재개할 계획이다. 이번 SK인천석유화학의 공사중지 결정으로 그룹의 PX 사업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SK인천석유화학의 인천 PX공장은 SK에너지가 추진하는 울산의 100만톤 규모 PX공장과 함께 SK이노베이션 PX 사업의 핵심 거점이다. 특히 이번 공사중단의 근본적 쟁점이 주민여론이라는 점에서 공사재개 시점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다.

SK인천석유화학이 공사 전면중단을 결정한 배경에도 단순한 법규위반을 넘어 주민들과의 협의 문제가 걸려 있다. 인천 서구청이 지난 16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SK인천석유화학은 공작물 축조신고를 하지 않은 공작물 17기를 발견해 행정처분을 받았다. 회사 측은 이를 해결하는 데 약 2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 밖의 안전고려 등에 따른 공사 중지는 법적인 의무가 없는 행정지도였으나 SK인천석유화학 측은 구조물 변경과 함께 리스크 해소를 위해 전면 중단을 결정하게 됐다. 회사 측은 "지적 받은 17기는 파이프를 쌓아놓는 랙의 위치를 변경하고 신고가 누락된 부분을 신고하는 등의 조치로 해결할 수 있다"며 "다만 공사중단은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정확한 공사 재개 시점 산정이 어려움을 밝혔다.

공장증설 중단에 따른 손실은 최소 수천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SK인천석유화학에 따르면 현재 시공사 협력업체 관리 인력 및 공사용 장비 대기 비용과 자재저장 공간 임대 비용 등 공사매몰비용을 매월 540억원가량 부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영업이익 감소와 공정부 부담, 원유장기도입 계약 손실 등 업계 특성을 감안한 기회손실을 고려하면 한 달간의 공사 중단에 약 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번 공사 중단으로 법규 위반, 안전 환경 우려 등을 해결하게 된다면 잠재 리스크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천 PX 공장은 애초 상반기 가동예정이었지만 현재 PX 스프레드가 급격히 떨어지는 추세라 생산을 서두르는 것이 좋지만은 않을 수 있다"며 "향후 불거질 수 있는 문제들을 이번 기회에 처리한다면 애초 계획보다 다소 지연되더라도 PX 사업 투자가 실기하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