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없는 시퀘스터 치킨게임

정부기관 100만명 이상 무급휴가 가야할 판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삭감, 이른바 '시퀘스터'를 피하기 위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협상보다는 상대방에 책임을 돌리면서 '치킨게임'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2013회계연도에 850억달러의 정부지출을 줄여야 하는 시퀘스터를 앞두고 서로 다른 계산법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예산삭감이 시작돼 치안ㆍ교육ㆍ식품안전 등 시민생활과 직결되는 부분에서 영향이 나타나면 공화당에 비난이 쏟아지고 이는 지출삭감과 더불어 세수증대가 이뤄져 정부가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자신의 '균형 잡힌 접근' 논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주례 라디오ㆍ인터넷 연설에서 "예산 자동삭감이 미국경제에 충격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국가안보도 위협할 수 있다"며 "공화당이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부자증세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공화당은 예산이 삭감되더라도 국민들의 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경우 정부지출을 더욱 줄여야 한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양측의 동상이몽이 지속되는 가운데 연방정부 기관들은 오는 3월1일로 예고된 전례 없는 시퀘스터로 비상이 걸렸다. 극적 협상타결이 없다면 이번주 말 연방정부는 각 주정부, 정부와 계약을 맺은 민간사업자, 장기실업급여 등 정부의 지원을 받는 수혜자들에게 삭감내용을 통보할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시퀘스터에 따른 예산삭감 규모는 3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연방정부 예산의 2.4%에 불과하지만 삭감이 국방ㆍ교육 등을 포함한 재량예산에서 이뤄지는 만큼 해당 분야의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3월 말 또는 4월부터 장기실업급여가 1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100만명 이상의 정부기관 종사자들은 무급휴가를 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삭감의 절반을 담당하는 국방부는 80만명의 민간인 직원들에게 4월 말부터 최대 22주간 일주일에 하루씩 무급휴가를 떠날 수 있다고 통보했다. 레이 러후드 교통장관은 항공관제 인력이 부족해 성수기 뉴욕ㆍ시카고 등 대도시 공항의 항공편도 90분 정도 지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통신 등 6개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국립공원은 안내센터 수를 줄일 계획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각 기관이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면 예산삭감에 따른 정부기능의 중단이나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있지만 정부 검사인력이 상주해야 하는 육가공 공장 등은 작은 예산삭감이 심각한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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