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퇴직연금을 운용하면 가입자가 직접 연금자산을 배분하는 것보다 수익률이 최대 3.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이 23일 미래에셋증권(037620)에 의뢰해 한 공공기관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2008년 초 가입) 열 명을 대상으로 자사 랩어카운트인 '퇴직연금 MP랩'에 가입하기 전과 후 수익률 변화를 조사한 결과 지난 2013년 말 증권사 랩 상품에 가입하기 전 연 평균 수익률은 3.29%에 불과했지만 가입 후에는 5.97%로 2.68%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일부는 퇴직연금 랩에 가입하기 전에는 연 평균 수익률이 2.13%에 그쳤지만 랩 가입 이후에는 8.09%로 3.8배 늘어나기도 했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고객의 자산을 위탁받아 여러 상품에 분산투자해 직접 운용하는 상품이다.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MP랩은 가입자에게 1년에 한 번씩 0.05%의 계좌 수수료를 부과한다. 첫 1년 동안은 수수료가 붙지 않아 해지할 수도 있다. 연간 0.05%의 수수료를 내더라도 2%포인트 이상의 수익을 더 올린 셈이다. 비결은 글로벌 자산배분. DC형 퇴직연금 가입자 10명은 원래 국내채권혼합형 단일 상품에 투자했지만 미래에셋증권은 포트폴리오를 글로벌 자산으로 넓혔다. 국내채권혼합형 상품은 안정성이 높지만 기준금리가 점차 낮아지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010년부터 퇴직연금사업자들 중 처음으로 퇴직연금 랩어카운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달 자산배분위원회를 열어 국내외 우수펀드를 엄선해 운용한다. 다만 고객의 성향에 따라 주식 편입비율이나 운용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2월 말 기준으로 가입자는 약 1만2,000명이며 운용 순자산은 3,500억원이다.
박신규 미래에셋증권 연금전략팀장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처음 가입한 포트폴리오를 교체하지 않고 장기간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시장변화에 맞춰 조금씩 변화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이어 "상품을 선택하거나 교체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