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신업계의 거함 일본전신전화(NTT)사가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내수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한 「땅짚고 헤엄치는 편한 장사」에서 탈피, 세계 각국의 통신업체들이 경쟁하는 국제 통신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매출 규모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만큼 이젠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국제통신업체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NTT의 이같은 계획은 이미 본격 가동됐다. 지난 1일 회사를 4개로 분할, 재출범시킨 것도 이의 일환이다.
NTT는 지난 1일 지주회사를 축으로 NTT-동일본, NTT-서일본 등 동·서의 지역통신회사와 장거리 국제통신회사인 NTT 커뮤니케이션즈, 120개의 계열사군 등 4사 분할체제를 갖추고 빠른 시일내에 NTT 커뮤니케이션즈에 역점을 둔 경영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국제통신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NTT는 이에 앞서 지난 6월초 필리핀 최대의 통신사업자인 필리핀 장거리전화(PLDT)의 주식 15%를 취득, 필리핀 통신시장에 참여했다. 이번 주식 취득에 들어간 투자액은 총 875억엔으로 NTT의 해외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또 최근 일본 최대 위성통신 사업자인 JSAT(JAPAN SATELLITE SYSTEMS)에 지분 참여하고 이달부터 스카이 퍼펙 TV를 활용, 금융뉴스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전화사업에 치중했던 사업영역도 다각화하고 있다.
NTT가 이처럼 대대적인 변신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일본 통신시장 개방과 함께 해외 유수의 통신업체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면서 일본 통신시장에 대한 독점적인 지위가 날로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NTT는 그동안 사실상 별도의 영업이 필요없을 정도로 손쉬운 장사를 해 왔다. 지난 85년 국영기업체제에서 일부 민영화가 단행됐지만 여전히 정부 지분이 59%에 달해 경쟁이 없는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특히 국제전화부문을 제외한 일본 시내전화·장거리전화·회선임대·이동전화·데이터통신 등 거의 전부문의 통신사업을 장악, 높은 통신요금과 회선임대료를 통해 매출 확대가 가능했다. 지난해 매출 9조7,000억엔에 8,700억엔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도 이같은 독점적 지위가 밑바탕이 됐다. 국내시장만으로도 떼돈을 버는데 굳이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장 개방과 함께 올들어 미 AT&T와 영국 브리티시 텔레콤(BT), 케이블 앤드 와이어리스(C&W)사 등 세계 통신업체들이 대거 일본시장에 진출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되고 있다. AT&T와 BT는 지난 4월 NTT의 경쟁업체인 일본 텔레콤과 자본제휴를 통해, 영국 C&W사는 일본 데이터 통신회사인 IDC를 인수해 일본시장에 진출했다. NTT로선 새로운 변신을 도모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발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따라서 NTT가 국제시장 진출 등 기업 재창조를 추진하고 나선 것은 시대흐름에 맞춘 위기타개의 일환이고, 경영환경 변화는 앞으로 NTT 경영 전반에 새로운 변혁의 바람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이용택 기자 YT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