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 회장 꿈 영그나

반도체 사업 위기 이겨내고 재무 개선등 성과 가시화
로봇·바이오등 신사업 진출·지배구조 개선도



김준기(사진) 동부그룹 회장은 지난 2002년 그룹의 미래를 위한 결단을 내린다. 반도체를 주력사업으로 정하고 당시 아남반도체(현 동부하이텍)를 인수했던 것. 그룹의 명운이 걸린 투자에서 당시 김 회장은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사업을) 7~8년 앞당길 수 있다"며 통 큰 베팅을 했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이 도박에 나섰다고 입을 모았다. 그 이후 동부하이텍이 경영난에 빠졌고, 금융위기마저 겹치면서 '승자의 저주'에 걸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회장이 평소 추구해 왔던 '글로벌 엑설런트 기업'이라는 동부의 미래 비전마저 위태로워 보였다.

하지만 동부의 미래 비전을 그리겠다는 김 회장의 도전은 계속됐고, 그 결과물은 최근 하나 둘 가시화 되고 있다.

우선 그룹의 큰 걸림돌 이었던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 2008년말 2조원에 달했던 동부하이텍의 부채는 작년 말에 1조4,000억원으로 줄었고, 현 추세라면 내년 상반기에는 4,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또 조만간 흑자전환에도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하이텍은 반도체 경기 호황 등에 힘입어 2분기 이후부터 100%의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늦어도 올 연말께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의 변화은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동부정밀화학이 다사로봇의 경영권을 인수, 로봇사업에 뛰어 들었다. 또 동부한농을 동부하이텍에서 분사시켰다. 동부한농은 종전 농업 분야뿐 아니라 바이오 분야, 농산물 가공ㆍ유통 등 신사업에도 진출한다.

제철 사업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동부제철의 최근 분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를 토대로 열연사업과 냉연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남아프리카 공화국 광산 개발 등 자원조달도 추진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 역시 첫 발을 디뎠다. 지주회사 전환은 동부그룹의 오랜 숙제이기도 하다. 이의 일환으로 동부그룹은 지난 6일 동부정밀화학과 동부CNI 합병을 결의했다. 동부정밀화학을 사업형 지주회사로 하고, 그 밑에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두는 동부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동부그룹의 총 매출은 2005년 10조원 안팎에서 지난해 말에는 15조원으로 늘었다, 자산도 이 기간 동안 15조원에서 26조원으로 늘었다. 김 회장의 '뚝심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김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와 임원회의 등을 통해 "지난 40년 간에 걸친 경영 노하우를 토대로 농생명, 전자ㆍ반도체, 물류 등 7대 사업분야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어려운 중에서도 그룹 성장은 쉼 없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룹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그룹 내에서는 큰 변화들이 있었다"며 "그런 변화가 동부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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