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마련] 통신개방에 탄력대응 포석

23일 발표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그동안 통신업계에서 불거져 왔던 KTㆍSK텔레콤의 지배 구조변화, 외자유치 확대에 따른 통신시장 개방 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개정안에는 외국인이 기간통신사업자의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국익을 고려해 이를 정부가 제한할 수 있는 `공익성 심사` 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개정안은 이미 정보통신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사안이어서 큰 수정 절차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익성 심사제도는 뉴브리지-AIG컨소시엄의 하나로통신 경영권 장악을 계기로 향후 기간통신사업에 대한 외국계 자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통신 시장 주권을 지키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돼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문제는 공익성 심사제도가 하나로통신 케이스에도 적용될 수 있느냐는 점. 이미 임시주총을 통과한 사안인데다 이르면 11월초 투자가 이뤄지지는 반면 법 개정은 12월초에야 이뤄지기 때문에 소급적용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공익성 심사 시기를 최초 경영권 획득 시점뿐 아니라 그 후에라도 지속적으로 해당 업체를 공익성 심사 대상으로 삼는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동수 정보통신진흥국장은 “공익성 심사제도의 구체적 운용방안은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운용 현황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국가 기간통신망이라는 이유로 다른 기간통신사업자보다 훨씬 엄격하게 적용해온 KT의 외국인의 지분취득 제한을 완화한 것도 주목된다. 현행 법은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해 외국인 총취득 지분한도를 49%로 제한하되 특별히 KT에 대해서는 외국인이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별도 규정을 두고 있다. 개정안은 이 규정을 없애는 대신 단일 외국인 지분취득한도를 10%로 정하고 특히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있을 경우 아예 지분취득한도마저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또 지배적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간 상호취득지분에 대해서는 지분규모에 관계없이 의결권을 5% 이하로 제한하는 규정도 이번 법안에 포함됐다. 이는 지분한도를 풀어 국내 통신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되, 민영화 이후 KT가 외국 자본은 물론 국내 경쟁 기간통신사업자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다. <정두환기자 dhchung@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