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산은법을 발의해줄 여당 의원을 찾지 못해 끙끙 앓던 금융당국이 드디어 임자를 만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성완종 새누리당 의원(서산ㆍ태안)은 5일 오후 건설회관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일부 반대 의견도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도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통합에 대한 법안을 연내 발의해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정무위 소속 다른 여당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선박금융공사 설립 공약 무산과 당국 책임론을 거론하며 법안 발의를 꺼리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산업은행과 정책공사를 재통합하는 내용의 정책금융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7월까지 통합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합산은법을 여당 의원 입법 발의로 추진할 계획이었다.
실제 금융위는 정무위 소속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게 입법 발의를 요청한 후 법안에 대한 설명까지 마친 상황. 하지만 정무위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법안 발의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입법 작업이 장기 표류할 위기에 처했었다. 4년 만에 자신이 내놓은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 금융위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 데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 지역 민심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법 요청을 받았던 송 의원조차 최근 "현 상태로 발의하면 분란만 일으킨다. 내년 6월이나 가야 논의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 의원의 발언은 총대 매줄 의원을 찾지 못해 고심하던 금융위에 한 줄기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내 입법 발의라는 큰 산만 넘기면 당초 통합 스케줄을 예정대로 밀고 나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실제로 성 의원이 발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의원직 상실 가능성과 경남기업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 등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성 의원이 의도적으로 정치적인 발언을 한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성 의원은 지난해 10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2심에서 5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선거법상 실형 또는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성 의원은 지난달 29일 워크아웃을 신청한 경남기업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채권단은 총 1,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했는데 수출입은행ㆍ산업은행 등 산은법 개정안과 직간접적으로 엮인 기관들이 속해 있다.
성 의원이 이날 발언에 대해 와전된 것이라며 곧바로 진화에 나선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성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연내 통과 발언은 정부 개편안이 예정대로 추진되지 못할 경우 시장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평소 생각에서 나온 원론적인 발언"이라면서 "개인 입법 발의를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며 정무위 소속 다른 의원들과 계속 상의해야 할 문제"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