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이후 15년 만에 앤드루 로이드 웨버에게 비중 있는 상(영국 비평가협회상)을 안긴 뮤지컬 '뷰티풀 게임'. 연말을 앞두고 기대를 모으는 라이선스 뮤지컬 두 편이 16일 같은 시각에 모습을 드러냈다. 각각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두 작품은 전혀 다른 색깔의 무대를 선보였다. '헤어스프레이'는 분절적이었다. 파스텔톤의 화려한 무대와 흥겨운 락앤롤 음악은 매순간 눈과 귀를 즐겁게 했지만 스토리텔링이 부족해보였다. 사건은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천천히 흘러가다 급하게 전환되길 몇 차례 반복해 극에의 몰입을 방해했다. 10대 소녀들의 우상인 '링크'가 뚱뚱하고 못 생긴 여주인공 '트레이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생략되는 등 드라마적 요소가 약한 점이 특히 아쉽다. 반면 '뷰티풀 게임'은 극의 구성이 TV 드라마처럼 탄탄하다. 아일랜드의 한 아마추어 축구팀 청년들이 인종 차별의 불합리한 현실 앞에 탈사회화하는 과정이 개연성 있는 사건들을 통해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하지만 6명의 축구팀 멤버들이 모두 죽거나 다치거나 해외로 떠나버린다는 다분히 정치적인 결말은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캐스팅에서도 두 작품은 차이를 보였다. '뷰티풀 게임'이 주연 배우들의 안정적 리드가 특징이라면 '헤어스프레이'는 감칠 맛나게 극을 이끄는 조연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뷰티풀 게임'의 주인공 박건형과 김도현은 춤, 연기, 노래에서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영국인과 사랑에 빠진 아일랜드 여자 크리스틴 역을 맡은 김소향은 깊은 인상을 주기에 부족했다. 영국 공연 당시 가장 큰 박수를 받았던 크리스틴의 솔로곡 '사랑이 내겐 모든 것(Our kind of love)'이 이번 공연에서는 그다지 큰 환호를 얻지 못한 것도 이 때문. '헤어스프레이'는 주연 배우 캐스팅이 아쉬웠다. '트레이시'역의 방진의는 뚱뚱하고 못 생긴 '헤어스프레이' 특유의 여주인공이 아닌 귀엽고 깜찍한 인상이었다. 현재 미국ㆍ영국ㆍ남아공에서 공연 중인 '헤어스프레이' 여배우들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어서 원작의 감동을 재연하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엄마 '에드나' 역을 맡은 정준하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연기와 베이스 음역의 무게감 있는 노래로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음악과 안무면에서는 두 작품 모두 깔끔하고 인상적. '뷰티풀 게임'은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푸른 유니폼의 배우들과 영국을 의미하는 붉은 유니폼의 배우들이 어우러져 축구 게임을 연상시키듯 다채롭게 움직이며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아일랜드의 파이프 음악이 웨버 특유의 감수성 있는 발라드에 어우러진 것도 관객들의 귀에 남는. '헤어스프레이'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주먹을 가볍게 쥐고 위아래로 흔드는 트레이시의 춤이 객석을 술렁이게 했다. 디스코ㆍ락앤롤ㆍ펑키가 어우러진 음악도 관객들의 환호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