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위기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라 이탈리아가 27일 할인금리를 1% 포인트 인하키로 결정, 유럽에 또다시 금리인하 기대가 일고 있다.
특히 경제전문가들은 최근의 연이은 금리인하가 결국 유럽중앙은행(ECB) 금리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유럽단일통화체제의 통화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이날 종래 5.00%인 할인금리를 4.00%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할인금리는 지난 72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인플레율이 2%로 아래로 유지되는 가운데 소비, 투자, 수출 등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 금리를 인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지난 수주 동안 금융시장에서 금리인하 요구가 거셌지만 안토니오 파지오 중앙은행총재가 이를 거부하는 등 시장과 금융당국간의 공방이 진행되어 왔다. 파지오 총재는 마시모 달레마 내각의 출범과 관련,『정치권이 불안정한 만큼 긴축적인 경제운용이 요구된다』며 금리인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경제학자들은 유럽연합(EU) 회원국중 3위의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금리인하 결정이 유럽 각국은 물론 ECB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적지않다고 내다보고 있다.
영국은 이미 내달초 열리는 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에 앞서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 재무성의 스테판 바이어스 차관은 26일 의회 연설에서 『잉글랜드 은행이 금리인하와 관련, 중대한 입장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 지난 주 현행 금리 고수를 결정했던 독일도 금리인하에 대한 기업과 금융시장의 요구가 사그러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분데스방크 중앙위원회 한스 위르겐 퀘브닉 위원은 『유러체제가 출범하기 전에 독일이 금리를 인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지만 ECB 금리에 대해서는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금리인하 결정을 계기로 유럽 정치권은 유럽 전체의 경기부양을 위해 ECB가 나서야한다는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ECB는 내년 1월1일 유러체체 출범때 ECB 금리를 독일과 같은 3.3%로 가져간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런던의 노무라연구소 마르코 피아넬리 수석연구원은 『이탈리아의 금리인하에 따라 3.3%인 ECB의 금리를 3% 수준으로 가져가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인식이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