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서대문형무소 민족문화예술제(이사장 김상현)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개관 1주년을 맞아 5일부터 7일까지 옛 사형장 앞 잔디마당에서 제1회 서대문형무소 민족문화예술제를 벌인다.이곳의 주소를 따 흔히 「현저동 101번지」로 불리던 서대문형무소는 1907년 착공,이듬해 문을 연 한국 최초의 근대적 감옥으로 일제강점기 중 수많은 독립투사들을 감금했으며 순국선열을 형장의 이슬로 만들었다.
광복후 경성형무소, 서울형무소, 서울교도소 등을 거쳐 67년부터 서울구치소로 쓰였으며 87년 의왕시로 구치소를 이전한 뒤 지금은 독립공원이 들어서 있다. 독립공원으로 변모하면서 하루 평균 방문객은 1,300여명. 이중 일본·중국 등 동남아지역관광객은 500여명. 서울시내 주요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화예술인과 서대문구 지역인사들은 독립투쟁과 민주화운동의 성지인 이곳을 프랑스의 바스티유극장처럼 민족문화예술의 상징공간으로 꾸미겠다는 목표 아래 사단법인을 설립했으며 문화예술행사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번 예술제의 하이라이트는 매일 오후 오후 7시에 시작하는 총체극 「101번지에서3만3,580일」. 3만3,580일은 옥사가 세워진 이래 지금까지의 날짜를 가리킨다.
시인 황지우씨가 대본을 쓰고 무대미술가 윤정섭씨가 연출을 맡았으며 현대무용,마임, 연극, 시낭송, 연주, 노래, 살풀이 등 다양한 공연양식이 어우러진다.
이 총체극 안에는 일본인 무용가 아리사카씨가 연출하는 한일합동 무용 「벽/물질」, 이광수 연출의 상여소리와 살풀이, 강은일의 해금연주 등이 포함되며 탤런트 최불암씨가 내레이터로 특별출연한다.
윤정섭씨는 『20세기 양심의 신전(神殿)인 이곳에서 해원(解寃)의 현대적 굿판을 꾸며 더이상 폭압과 원한의 공간이 아닌 생명과 구원의 장소로 만들겠다』고 계획을밝혔다.
6일과 7일 오후 2시에는 유진규 연출의 거리 마임극 「아! 서대문형무소」가 펼쳐지고 이광수 민족음악원의 해원 비나리 및 판굿과 한국택견협회의 시범이 이어진다. 이에 앞서 5일 오전 10시부터는 김매물 만신, 박인겸 박수, 김선희 만신이 황해도 수왕굿을 벌여 이곳에서 옥사한 원혼들을 달랜다.
행사기간중 역사관 붉은 벽면에는 임옥상씨가 그린 높이 10m, 길이 14m의 대형 걸개그림이 내걸린다. (02)363-0256
박연우기자Y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