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생산자물가 16개월來 최고

■韓銀이어 정부마저 물가 걱정
환율 급등으로 상승 압력 더욱 거세질 듯
공공요금 인상 땐 소비자물가도 급등 우려
다음달 금리 전격인상 가능성도 배제 못해


정부는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 방어에 소극적이다. 경기부양에 우선순위를 두고 이를 억제하는 것이 한국은행의 역할이다. 그런데 정부가 최근 부쩍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플레이션 방어에 소극적인 정부가 우려의 뜻을 거듭 표명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역으로 정부가 더 이상 기준금리 인상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일주일 새 장관의 입에서 두번이나 표출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반대할 명분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 압력 얼마나 되길래=우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현재까지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 5월 2.7%를 기록했다. 올 들어 2%대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생산가물가가 급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5월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6%나 올라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월 2.4%, 3월 2.6%, 3월 3.2%로 상승폭도 커지고 있다. 특히 환율 오름세가 더욱 걱정되는 대목이다. 올 초 물가안정 요인이 강한 원화 가치에 따른 수입물가 안정이었는데 유럽 위기 이후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선을 웃돌면서 수입물가 상승폭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또 경기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도 불가피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총생산(GDP) 갭률이 1ㆍ4분기에 플러스(0.8%)로 전환돼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GDP 갭률이란 실질GDP에서 잠재GDP를 뺀 것이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면 경기침체에 따른 물가 하락 압력이 발생하며 반대로 플러스인 경우에는 경기 과열로 물가가 올라갈 수 있음을 나타낸다. 하반기로 예정된 공공요금 인상이 전체 소비가물가 상승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전기·가스요금이 비싸지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 소비자 판매가격을 끌어올리게 된다. 최석원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물가상승률은 3% 중반, 내년에는 3.5~4%를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물가를 제대로 관리했을 때의 전망치"라며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물가 상승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 빨라질 듯=물가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은 이미 구두로 물가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5월과 6월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시장에 금리 인상 시그널을 보낸 상태다. 그동안 출구전략 시행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정부가 직접적으로 물가불안을 언급하면서 한은의 발걸음이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그만큼 빨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3ㆍ4분기에 한차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시기는 2ㆍ4분기 GDP 속보치가 확인된 후인 오는 8월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정부와 한은의 기류를 보면 전격적으로 7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ㆍ국제금융실장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표적인 물가불안 요인을 언급해 출구전략 방향을 제시해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오는 4ㆍ4분기 물가 상승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여 3ㆍ4분기에 한은이 선제적으로 정책 대응(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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