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화강세 적극대처하라원화가치가 IMF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큰폭의 무역흑자와 일본엔화 강세, 추석을 앞둔 원화수요의 급증으로 달러공급이 수요를 앞서고 있는 탓이다. 그렇더라도 최근의 원화가치 상승세는 너무 가파르다.
상반기 중 1,120원대로 안정세를 보이다가 며칠사이에 1,104원가지 급등한 것은 정상적인 움직임으로 볼 수 없다.
추석자금 마련을 위해 수출대금을 원화로 바꾸는 시기적인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감이 있다.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에서 환율이 이렇게 급변해서야 경제의 안정기조가 유지될 수 있겠는가.
1,100원대의 환율은 적정환율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환율에서 수출채산을 맞출 수 있는 업종은 반도체·전자부품·컴퓨터 등 일부 업종뿐이다.
반면 섬유·신발·타이어 등 전통적 경공업제품은 이미 수출할 수록 손해가 더 늘어나는 벼랑끝에 내몰려 있다. 대부분 중소기업인 이들 업종은 금융불안에 따른 극심한 자금난의 최대 피해자들이기도 하다.
기술혁신이나 신제품개발에 제대로 신경쓸 겨를조차 없는 것이다. 이런 터에 환율까지 손익분기점 밑으로 급락하면 문을 닫으라는 최후통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환율정책은 안이한 인상을 주어온 것이 사실이다. 일부 업종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도 원화강세를 용인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공공요금인상·유가급등과 태풍피해로 인한 농산물가격상승 등으로 물가불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런 자세는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금융불안이 여전한 만큼 섣부른 금리인상은 단행하기가 쉽지않을 것이다. 따라서 금리인상 대신에 환율을 떨어뜨려 수입가하락을 통한 물가안정유도를 노렸을 법하다.
그러나 원화강세 용인이 수출에 주는 타격은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그렇지않아도 최근 단기외채뿐 아니라 총외채마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은 우리 경제의 생명선과 같다. 대다수 업종에 치명타를 가하는 원화강세보다는 차라리 금리를 소폭 인상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현대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회복하고 있는 만큼 시장안정을 해치지않는 범위내에서 인플레 예방차원의 선제적인 콜금리인상을 검토해 볼 만하다. 최근의 금융불안과 그에 따른 자금난은 금리탓이라고 하기 보다는 시장구조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
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시장안정에 도움이 되기는 하나 그렇다고 수출의 발목을 잡은 댓가를 치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외국환평형채 추가 발행을 포함한 대책을 발표하기는 했으나 환율안정에는 거시경제운용차원의 종합적인 접근이 요망된다.
입력시간 2000/09/0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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