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보험약관에 대해 이해도를 평가한 후 용어와 문장이 쉬워지고 해설이 곁들여지는 등 소비자의 편의성이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보험회사가 소비자 입장에서 약관을 구성하고 표현하려는 태도를 가지게 된 것이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제도'가 가져온 가장 큰 효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이제 보험 소비자가 보험약관을 읽고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즉 보험 소비자의 '문해력(文解力)'을 키우는 방법도 고려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최근에는 변액보험이나 치명적 질병(CI)보험 등과 같은 보험상품의 내용이 점점 복잡해지는 추세이므로 소비자 또한 금융과 보험에 대한 일정 수준의 이해력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일상생활에서의 문해력은 국립국어원의 국민 기초 문해력 조사(2008년)에 나타나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문해력 평균 점수는 63.6점(3수준)으로 신문 기사나 광고, 공공기관 서식 등 일상적인 생활 자료는 대부분 이해할 수 있으나 법령문과 같은 복잡한 문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금융 및 보험에 대해서는 보험연구원의 조사(2014년)를 참고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전국의 성인을 대상으로 복리와 인플레이션, 위험분산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지 물은 결과 각각 58%·52%·57%의 정답률을 보였다고 한다. 절반을 약간 넘는 수치다.
보험개발원이 실시하는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에서도 일반인 중 많은 수가 시효·현가·자동대출납입·부리·지표금리·중도인출금과 같은 보험용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앞서 언급한 조사결과를 방증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보험회사가 이해하기 쉽고 보기 편한 보험약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험계약자 등 보험 권리의 주체들도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관련 지식과 이해력을 갖출 필요성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정부는 2006년부터 일상생활 중 성인의 기초 문해력 증진 교육을 제공하고 있지만 보험과 금융은 보다 복잡·난해하고 금전에 관련된 사안이므로 좀 더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 금융기초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등 정규교육을 통해 금융의 문해력을 증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다음으로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관련 정보를 손쉽게 습득할 수 있도록 정부 및 관계 기관들이 정보 인프라를 잘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인터넷에서 금융과 보험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소비자에게 쉽게 노출되도록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필요 정보를 습득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 디지털 환경의 이해와 활용을 말하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심심치 않게 언급되고 있듯이 우리 사회는 계속해서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보험과 금융도 계속해서 변화해갈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소비자가 스스로 알 권리를 찾아 갈 수 있도록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