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내외의 첫 골프에는 참모진과 장관들이 대거 참석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노 대통령은 거의 1년만에 풀코스 골프에 도전했지만 권양숙여사와 줄 버디(기준타수보다 한 타 적게 치는 것)를 하는 짜릿함을 맛봤다. 버디는 난생 처음이었기에 기쁨은 배가됐다.
권여사는 16번홀에서 버디를 했으며 노 대통령은 17번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노대통령의 골프실력은 골프스승으로 알려진 권여사에 비해 한 수 아래로 평가됐으나 이날 점수는 노 대통령이 94타, 권여사가 96타로 노 대통령이 더 잘쳤다.
노 대통령은 일반인들의 눈길을 의식해 골프장을 군골프장인 태릉골프장으로 택하고 시간도 이른 아침 첫 시간인 5시 30분으로 정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총 12명으로 3조로 편성됐는데 노 대통령은 통상 높은 지위에 있는 골퍼가 1조에 편성되는 관례를 깨고 권양숙여사와 김세옥 경호실장, 김화중 보건복지부장관과 함께 2조로 출발해 `탈권위적`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1조는 김진표 부총리, 권오규 정책수석, 이해성 홍보수석, 조윤제 경제보좌관등 경제팀위주로 편성됐다. 참석자중 한 명은 “대통령이 2조에 편성된 것은 경호상의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조는 `죽음의 조`였다. 골프실력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고수들만으로 짜여졌기 때문. 자연스럽게 내기가 시작됐다. 다만 조윤제 보좌관은 골프를 배운 지 얼마되지 않아 핸디(실력이 모자라는 만큼 점수상의 혜택을 주는 것)를 받고 참여했다.
김 부총리나 권수석, 이수석 모두가 80대초반의 실력자들이어서 이날 내기는 불을 뿜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경륜과 구력면에서 앞서는 김 부총리가 최후의 승자가 됐다고 한다.
한편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골프 사실을 4일 오전까지만해도 극비에 부쳤었다. 장소는 물론 시간, 참석자까지도 비공개였다. 불필요한 오해와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시간적 장소적 피해를 줄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자들의 게릴라식 취재가 끊이지 않자 마지못해 정오가 넘어 참고자료로 골프와 관련된 소식을 공개했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