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경제부처 정책혼선

경제정책을 놓고 부처간에는 얼마든지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경제 전체의 안정적 운영에 관심이 많은 재경부와 금융기관들의 이해관계에 민감하게 마련인 금감위의 정책방향은 다를 소지가 있다. 그래서 경제정책조정회의가 설립되어 있는 것이다. 정책적 대립과 입장차이는 이 회의에서 해소되거나 조정이 돼야당연하다.그러나 회의후 두 부처의 태도는 매우 실망스럽다. 사전조율이 부족하거나 회의시간이 너무 짧아 이견이 해소되지 못했다면 대외적인 발표는 미루는 것이 마땅했다. 그럼에도 양측이 다른 내용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주도권 다툼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정책조정회의가 다룬 무보증 대우회사채의 손실분담과 투신사 구조조정에 대한 기본원칙은 금융시장 안정여부와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다. 대우채권의 손실분담 원칙이 정해져야 투신사의 손실규모가 드러나고 그에 따라 구조조정 방향도 가닥이 잡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신·증권사 입장에서는 존망까지 걸리고 은행과 재벌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걸린 뜨거운 감자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중대 사안을 둘러싼 관련 부처간의 정책혼선이 금융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하지않을까 우려된다. 두 부처는 하루 속히 대우채권 손실분담원칙에 대한 입장차이를 해결해야 한다. 양측이 뒤늦게 조정에 착수, 『손실분담 우선순위는 없다』며 봉합처리했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금감위의 방안대로 업계자율로 할 경우 사안이 워낙 예민해 서로 버티기만하다 아까운 시간을 허비할 것이 뻔하다. 정부가 증권사와 투신사의 이해를 원만히 조정할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두 부처는 대기업의 부채비율 200% 기준과 채권시가 평가제 유보를 놓고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 대우사태 이후 지속되고 있는 금융불안 해소에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적 신뢰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부처간의 주도권싸움이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는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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