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高로 환전창구 `북적' 송금은 `차분'

환율 급락·연휴 틈타 해외여행 환전 급증
송금은 환율 추가하락 전망으로 요지부동

이달들어 원.달러 환율이 8년7개월만에 920원대로 떨어지는 등 급락세를 보이자 은행 창구에서 여행용 환전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있다. 그러나 해외 송금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어 고객들이 환율의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들어 지난 8일까지 외환은행에서 고객들이 환전한 규모는 총 1억500만달러를 기록해 일평균 2천600만달러에 달했다. 지난달 일평균 1천700만달러에 비해 53% 급증한 규모로 지난해 5월 평균 1천800만달러에 비해서도 크게 늘었다. 환율이 940원선을 위협받던 지난 2일 환전 규모는 3천300만달러로 4월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920원대로 급락한 지난 8일에도 2천700만달러로 지난달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환전.송금 시장 점유율에서 외환은행에 이어 2위인 우리은행에도 이달들어 환전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이달들어 8일까지 우리은행을 통한 환전 규모는 일평균 1천600만달러를 기록하며 지난달 일평균 1천100만달러에 비해 45%나 늘어났다. 지난해 5월 일평균 900만달러에 비해서는 82%나 급증했다. 연휴가 두번이나 있었던 이달초 근거리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고객들이 환율 하락을 계기로 환전에 적극 나선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해외 송금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들어 외환은행을 통해 해외로 나간 전신환 송금(T/T) 규모는 일평균 2억2천200만달러로 지난달 2억2천700만달러에 비해 소폭 줄었다. 지난 3월의 2억3천600만달러에 비해서는 6.3% 감소했다. 외환은행의 송금 규모는 지난해 8월 하루평균 3억1천6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11월 한달을 제외하고는 매달 일평균 2억2천만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은행을 통한 송금 역시 이달들어 8일까지 일평균 3천300만달러로 전월의 3천700만달러에 비해 12% 감소했다. 은행들은 환전과 송금 수요간 차이에 대해 고객들이 나름대로 환율에 대한 전망을 갖고 거래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단기 수요인 환전은 여행철과 환율 하락 시기가 겹친 영향으로 집중적으로 늘었으나, 송금 고객들은 환율 추가하락을 전망한 채 송금 일정을 앞당기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환은행 한 관계자는 "여행 성수기인데다 징검다리 연휴가 끼어 있는 월초에 해외 여행을 계획했던 고객들이 환율 급락을 활용해 환전에 적극 나선 것 같다"며 "그러나 정기적으로 해외에 송금해야 하는 기러기 아빠 등 송금 고객들은 장기적으로도 환율이 급하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송금을 서두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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